• 우리는 상품을 고를 때 어떤 회사의 상품인가를 먼저 본다. 그 회사의 인지도나 평판을 떠올리며 자신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이것은 오랜 시간 소비를 해 본 경험의 결과일 수도 있고, 광고나 지인들의 입소문에 의한 경우도 있다. 가끔은 상품이 마음에 들더라도 그 회사 이미지에 좋지 않는 일이 생기면 선택을 꺼리는 일도 있다. 반대로 목록을 떠나 특정 회사의 상품을 무조건 선호하는 ‘묻지 마 소비’도 왕왕 있을 것이다.

    이른바 ‘브랜드 파워’는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상품 시장과 정치 시장이 꼭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정치인의 브랜드 파워도 그런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예컨대 민주화 운동 하면 YS와 DJ가 브랜드 파워를 과점(寡占)했다. 그들은 오랜 세월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그 덕분에 그들은 각각 대통령에 '등극'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1988년 5공화국 청문회 때 전국적인 스타로 부각된 것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커다란 원동력이었다. 그 기록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던 청문회에서 그는 대다수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 이후 노 대통령은 결과를 예견하면서도 부산 지역에서 줄줄이 낙선하는 길을 기꺼이 택했다. 거기다 그는 상고만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이런 것들이 쌓여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다.

    위와 같이 직선 대통령들은 ‘신화’들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훗날은 아니겠지만, 아직은 우리 국민들이 메시아적인 지도자로서 대통령을 대하기에 신화적인 인물을 선호하는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브랜드 파워가 대중의 뇌리에 지속적으로 각인되지 않으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여권의 후보들이 ‘도토리 키 재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그런 한계 때문이 아닐까? 하루아침에 브랜드 파워가 치솟을 수가 없기에 국무총리를 했어도, 장관을 했어도 그 모양이 아닐까?

    이에 비해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신화를 갖고 있다. 야간 상고 출신으로서 30대에 대기업 사장에 오른 것 하나만으로도 신화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서울시장 재임 4년 동안 청계천 사업 등 굵직한 성공 신화를 썼다. 때마침 ‘경제 지도자’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조건과 맞아떨어져 60%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지지율이 계속될지는 아직 장담할 수는 없다.

    이명박 후보가 앞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하고, 여기서 이겨내는 일이 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한 CEO와 서울시장’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훌륭한 대한민국 지도자’임을 입증하는 일이다. 기업 경영, 서울시 경영, 대한민국 경영은 서로 비슷한 것도 있겠지만, 다른 점이 더 많다. 한나라당 경선 때는 네거티브 공방 때문에 국가 경영 능력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본선에서는 이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이뤄질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후보가 미래를 얼마나 잘 보여줄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이 시대의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관하여 대통령과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경제 활동에 좋은 환경을 만들고 대한민국의 브랜드 파워를 드높이는 한편으로,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역할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명박 후보는 과거의 명성에 너무 연연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보여주어야 한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롭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21세기형 브랜드 파워’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첫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곧 있을 인사에서 얼마나 미래지향적이고 참신한 인재들을 등용할 것인지 주목된다.

    그리고 이 후보의 추진력 혹은 집행력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이 단순히 행정부 수반이 아니라 국가원수라는 점에서 추진력이나 집행력만 갖고는 안 된다. 통치 철학도 있어야 하고,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품성이 중요하다. 어떤 언어로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설득하는가는 국가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이다. 단순히 ‘말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수준이 아니라, 역사적인 명언들이 지도자의 입에서 술술 나올 수 있는 정도의 통찰력과 감수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자신 뛰어난 시인이기도 한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가 말한 것처럼 “시인의 마음으로 국가를 경영하라.”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