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후보 진영을 중용해야 이긴다

    한나라당이 경선을 성공적으로 끝내고도 본선 체제 전환 과정에서 재미를 못보고 있다. 이명박 후보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2선 후퇴 논란과 원내대표 선출을 둘러싼 승자독식 구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그것이다.

    이 후보는 당 개혁과 화합 사이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후보 선출 이후 당 개혁을 주장하다 화합으로 선회하는 등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당원과 국민 여망을 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갈지자 행보를 벌려왔다.

    특히 그는 이 최고위원의 2선 후퇴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최고위원이 안 된다는 사람들은 제 지지자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 후보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겐 “내 맘대로 측근을 쓰겠다는데 누가 감히 토를 다느냐.”는 식의 오만함으로 비쳐질 수도 있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듯이, “진정으로 화합하려면 박 전 대표 측이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한 이 최고위원의 발언은 한나라당은 물론 이 후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급기야 27일 박 전 대표 캠프 상임고문을 맡았던 서청원 전 대표는 캠프 해단식에 참석해서 “이명박 캠프는 그렇게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졌다. 왜 졌느냐. 왜 국민이 등을 돌리고 당원들이 등을 돌렸는가 반성해야 한다”며 “안하무인이고 기고만장한 사람들은 절대 승자가 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박근혜 사람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하는데 무슨 반성을 해야 하느냐”며 “선거인단에서 이긴 것을 반성해야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 되도록 해도 시원치 않은데 누구보고 건방지게 반성하라고 하느냐”며 이 후보 캠프를 강하게 압박했다.

    패자를 진정성을 가지고 배려하고, 승자로서의 아량을 보여주는 게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길이다. 이왕 이 후보가 ‘선 화합·후 개혁’으로 진로를 정했다면 인사에서도 탕평책을 써야한다.

    이 후보가 27일 강재섭 대표 체제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 “강 대표와 함께 일을 해서 12월 19일 정권교체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후보보다 당 중심으로 대선을 치루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어 환영한다.

    그러나 경선 이후 인사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친이 후보들을 발탁한 것은 화합을 통해 한나라당의 정권쟁취를 이루어야 할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는 행보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사무총장과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후보들의 면면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 같이 경선과정에서 이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이다. 다만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서 `효과'와 `기능'을 중시하는 실무형, 기업형 선대위를 꾸리겠다는 의중을 내비치며 친박 인사들을 중용하겠다는 발상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으로 비칠 것이다.

    효과적인 대여투쟁은 친박·친이 진영이 진실로 하나가 되어 화학적 복원이 될 때 가능한 법이다. 그래야 범여권의 파상공세에서 이 후보를 보호하고 방어할 수 있는 법이다. 지지도는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 지지도만 믿고 대세론에 부하뇌동하는 이 후보의 측근들은 겸허하게 대선에 임해야 한다.

    92년 대선에서는 김영삼 후보가 민주계를 2선 후퇴시키고 반대파인 민정계를 전면에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97, 2002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가가 당 공조직보다 측근들에 의존했다가 낭패를 본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 후보는 향후 최고위원, 도당위원장 인사를 비롯한 모든 인사에서 승자독식의 유혹을 떨쳐내야 된다. 후보 근처를 서성이는 소인배들을 멀리하고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현자들을 중용해야 한다.

    이 시점에 이 후보는 당선 이후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만난을 무릅쓰고 본선 승리를 위한 방략(方略)에만 골몰해야 한다. 이 후보의 추종자들도 12월 19일이 전복위화(轉福爲禍)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스스로 2선 후퇴와 백의종군을 앞 다투어 맹세해야 할 것이다. 논공행상은 대선 이후로 미뤄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