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한나라당 경선은 제도의 승리였다. 한나라당에서 경선 주자들을 완벽하게 경선규칙에 따르게 조치를 취했고 경선결과에 대해 불복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았다. 일부 박근혜 지지자들이 지금 이해할 수 없는 불복운동을 벌이려 하고 있지만 이들은 그저 정신나간 사람들 정도로 취급되고 있을 뿐이다.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후보는 당의 화합을 주문하였고 패배한 박근혜 후보도 경선결과에 승복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하였다. 경선결과를 지켜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불상사가 없이 경선이 마무리된 것을 축하하였고 경선결과를 깨끗이 받아들인 박근혜 후보의 인기는 상한가를 쳤다. 사실 박근혜의 승복연설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한 배경에는 어쩌면 경선 결과에 대해 박근혜 후보 쪽에서 승복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초조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박근혜 후보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경선결과를 받아들인 것에 대한 안도감이 있었을 것이다. 무사히 끝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경선이 무사히 끝나도록 도와준 박근혜 후보가 그래서 돋보였던 것이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박근혜 후보를 껴안아야 한다고 주문하기 시작하였다. 무조건 박근혜를 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처음에 응하지 않더라도 삼고초려 내지 심지어 칠고초려까지도 불사하는 정성으로 박근혜를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물론 이 주문 뒤에는 박 캠프에서 일한 많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요구가 숨어있다.

    그 주된 이유는 박근혜를 지지하는 표가 너무나 똘똘 뭉쳐있어 박근혜를 껴안지 않으면 이 표가 다른 곳으로 달아날 것이라는 걱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조건 박근혜를 안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선거는 표를 획득하기 위한 싸움이니 표를 얻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계산 뒤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가정이 있다. 박근혜를 껴안지 않으면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고 다른 후보, 예를 들면 친북좌파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가정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박근혜가 아니면 친북좌파를 찍을 사람들이라면 그 사람들을 보수우파라고 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은 비단 박근혜 지지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지지자들에게서도 예상하여야 하는 변수일 것이다.

    그런데 경선종료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갑자기 상승하였다. 박근혜 지지자들의 표가 이명박 후보로 옮겨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약간의 차이가 나지만 지지자 성향이 천편일률적이 아닌 한 그 정도의 손실을 자연스러운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후보가 무조건 박근혜 후보를 껴안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선거캠프는 후보와 운동원이 일심동체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연을 확대하여야 하고 플러스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한 주문이다. 그러나 일심동체가 될 수 없는 사람들까지 포용하는 것은 내부분란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이번 경선에서 도가 지나칠 정도로 네거티브로 일관하였다. 처음에 검증론을 들고 나왔을 때는 캠프 내의 일부 운동원의 행동이라는 식으로 거리를 두고 있던 박근혜 후보가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직접 네거티브 공세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이곳 저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자제할 것을 주문하였지만 최종 순간까지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하였다.

    그냥 네거티브가 아니라 이명박 후보는 완주할 수 없다느니 필패한다느니 한방에 날아간다느니 하면서 저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도저히 서로 화합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네거티브 공세로 일관하였다. 뿐만 아니라 박캠프에서 네거티브 공세를 취하는 근거가 된 자료가 여권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이 밝혀졌고 또 박캠프에서 불법으로 주민등록초본을 뗀 것도 확인되었고 그것이 여권으로 흘러 들어간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박캠프가 친북좌파와 연계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우려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노무현의 선거전략에 놀아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에 까지도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일은 이명박 후보가 무조건 박근혜 후보를 껴안아서 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후보 간에는 아직 마음 속에 남아있을 법한 앙금을 다 씻어 내야 한다. 어쩌면 씻김굿과 같은 것이라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손에 피를 묻혔으면 그 피를 씻어내는 절차가 필요하다. 손에 피를 묻힌 채 악수를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명박 후보는 이를 염두에 둔 것인지 급하게 박근혜 후보를 찾아가는 것은 도리가 아니며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흐른 다음에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렇게 될 것도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치유되기에는 상처가 너무 심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공격한 쪽에서 먼저 마음 속에 박혀 있는 앙금이나 불신을 씻어낼 필요가 있다. 삼고초려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먼저 찾아가 마음을 불편하게 한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고 협력을 약속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때에 가서는 이명박 후보도 서운했던 감정을 다 털어버리고 흔쾌히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경선을 통해 두 후보간에 의견이 대립될 때 이명박 후보가 양보하는 모양을 많이 취했다. 승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양보하라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패자도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 있다면 솔직히 털어놓고 앙금을 푸는 것이 좋다고 본다. 지금은 당의 화합이나 보수애국세력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이런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

    박근혜 후보는 이번 경선을 통해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경선에서 패배하였다고는 하나 어쩌면 이것이 더 큰 소득일 수도 있다. 이 이점을 살리는 방법도 바로 마음 속의 앙금을 모두 털어내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절차를 밟아야 두 사람이 진정 화합할 수 있고 또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할 수 있다고 본다. 무조건 합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런 축하할 일이 생기도록 우리 모두 힘써야 할 것이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