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 이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했다. 마냥 고공 행진할 것이라든지 지금의 지지율이 유지될 것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언제 어떤 연유로 지지율의 변동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경선 후 박근혜 전 대표의 인기는 욱일승천하고 있다. 왜냐하면, 깨끗하게 승복하였고 담담하게 패자로 돌아왔다는 언론에 비친 모습 때문이다.

    사실상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몇몇 논객들은 바로 경선 당일까지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으나,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태도를 180도 바꿔 박근혜 전 대표의 퇴장을 ‘아름다운 퇴장’ 운운하며, 미화시키기에 온 필력을 다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승자는 승자일 뿐이고, 패자는 당연히 퇴장해야 하는 패자일 뿐이다.
    아름다운 퇴장도, 아름답지 않은 퇴장도 선거에는 있을 수 없다. 퇴장은 누구에게나 슬픈 것이고 유쾌한 것은 아니지만, 선거에 의해 단 한 표라도 진다면 물러설 수밖에 없는 운명이 곧 패자가 가야할 길일뿐이다.

    어떻든 간에 박 전 대표는 깨끗한 승복이라는 칭송으로 인하여 예측할 수 없는 담론(談論) 하나를 만들어냈다.

    의지의 담론이라고 할 까? - 대선 전에 이명박 후보가 낙마하거나(설마 낙마할리야 있겠냐만…), 지지율이 상당부분 떨어지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대안후보 즉, 박 전 대표를 내세우기 위한 새로운 정치 모드의 태동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는 바로 그러한 담론이 조용스럽게 부상하고 있다.

    이를 꿰뚫어 보듯이 이재오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슴속엔 후보 낙마나 후보교체를 생각하면서 겉으로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손잡고 하는게 구태”라면서 은연중에 박근혜 측을 향해 화해에 대한 의구심을 강력히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재오 의원은 “당의 후보가 결정이 됐으면 진짜 그런 생각 없이 도와야 한다”면서 “당사 앞 박사모부터 철수시켜야 한다”고 박 전 대표 측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며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사실상 후보 낙마나 후보 교체가 이루어진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낙마나 후보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자기에게 부과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당인으로써의 길이자 도리다.

    박 캠프에 일했던 사람들이 대단한 결속을 다짐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측근도 이명박 대선후보 선대위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개별행동을 하지 않고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또 어떤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박근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보장이나 정권교체 이후에도 국정을 함께 운영해 나간다는 성의를 이(李) 후보 진영에서 먼저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캠프 해단식에서도 안병훈 공동선대위원장은 “앞으로도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된다”고 말했고, 최병렬 박 캠프 상임고문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박 전 대표를) 뒷받침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만약에 박 캠프 선대위원장이 진정성있게 한나라당 후보를 위해 일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더라면 “앞으로는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된다”라고 화법을 바꿨어야 했다. 그래서 이재오 의원이 ‘임무를 마치면 전선에서 물러날 것이며, 전선에는 1선·2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내게는 전선이 있을 뿐이다”라고 선언했을지도 모르겠다.

    많이 싸워본 사람이 싸움하는 방법을 잘 아는 듯 한 현자(賢者)의 변(辯)이던가.

    이재오 의원은 단호한 이(李) 캠프의 초강경파라고 할 수 있다. 또 초강경파인 이재오 의원을 이명박 후보는 명백하게 지지를 천명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해 '안 된다, 너무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다 제 지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재오 의원을 강하게 감쌌다.

    이 대목이 이명박 후보가 앞으로 한나라당을 끌고 나갈 내면의 행동 동학의 중심이 될 것 같다.

    이(李) 후보와 이재오 의원의 말을 종합해볼 때, 겉으로는 화해, 속으로는 내연(內燃)의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올 수도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어쩌면 그런 상황이 이미 시작했다는 징후도 보인다.

    ‘겉으로 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손잡고 하는게 바로 구태’라고 비판한 이재오 의원의 말뜻은 바로, 화해를 하려면 진정으로 화해를 해야 한다는 뜻이고, 위장된 화해는 내부 분열이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투사 이재오 의원다운 말 같으며 일견 설득력도 있어 보인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