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 규칙을 둘러싼 범여권 내 대선주자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핵심은 여론조사 반영 여부와 여론조사 도입 시 반영 비율. 한나라당 경선에서 여론조사가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여론조사 반영 여부를 둘러싼 각각의 ‘셈법’에 나선 것이다.

    일단 조직력에서 우위에 있는 주자진영은 여론조사 도입을 반대하며 도입 하더라도 비율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범여권 내 여론조사 지지율 1등을 달리고 있는 후보 진영에서 여론조사 도입에 사실상 사활을 걸고 나섰다. 이들 주자간 접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는 여론조사 도입 여부를 둘러싼 각 대선주자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기 때문이다.

    당장 범여권 안팎에선 ‘여론조사 도입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유탄을 맞는게 아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보여졌듯이 조직표로 대변되는 당심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겼지만 여론조사에서 지면서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시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또 지난 5·3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한나라당 내 경선에서도 맹형규 후보가 당원·대의원 투표에서 이기고도 여론조사에서 밀려 결국 당선자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정 전 의장이 막강한 조직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에 뒤져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여론조사 도입시 자칫 ‘희생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 정 전 의장 측은 완전국민경선제 취지에 배치된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여론조사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전 의장 측은 당초 목표했던 200만명 참여 국민경선인단 수를 300만명으로 늘려서라도 여론조사 도입은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와 함께 ‘친노(親盧)’ 진영의 대선주자들도 일단 여론조사 도입 반대를 외치고 있다. ‘친노’로 대변되는 조직에서 일정 부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저녁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정당정치의 근간을 크게 흔드는 합리적이지 않을 일”이라면서 “비슷한 사람끼리 무리를 이뤄서 정당이란 걸 만들고, 또 그런 경향성을 가진 국민끼리 그쪽 후보를 뽑아주고,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더 많은 국민 지지를 얻는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되는 게 정당정치, 간접민주주의의 기본원리”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추상적으로 누가 국민의 지지가 높냐로 할 거라면 아예 여론조사로 뽑지, 뭐 하러 선거를 하겠나. 원래 민주주의라는 건 의견이 다른 사람끼리 무리를 지어서 경쟁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는 건데, 그걸 다 없애버리는 식이면 장기적으로 국가발전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지금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서 당원, 비당원 개념이 없다”며 “여론조사는 당원의 몫을 줄 때 여론조사가 필요한 건데 우리는 구분이 없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필요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손 전 지사 진영은 여론조사 도입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손 전 지사 캠프 핵심 의원은 최근 뉴데일리와 만나 “여론조사가 도입이 안 되면 캠프에 돌아가지 못한다”고까지 말했다. 이 의원은 “정 전 의장의 조직을 100으로 봤을 때 우리는 30정도다. 친노진영은 단일화가 되면 50까지 될 것”이라면서 여론조사가 도입되지 못할 경우 조직선거로 민심이 왜곡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을 강하게 우려했다. 전통적인 범여권 후보에 비해, 조직력에서 뒤져있다고 판단하는 손 전 지사 진영은 여론조사 도입과 50%의 반영 비율을 통해 조직세에서 뒤져있는 상황을 만회해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놓고서도 다른 대선주자 진영에선 “손 전 지사 측이 엄살을 부리고 있다. 줄곧 민생대장정을 하면서 뒤로는 조직을 다져오지 않았느냐”면서 발끈하는 모습이다. 범여권대통합민주신당도 ‘손학규 당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지 않느냐며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 도입 여부를 둘러싼 범여권 대선주자간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