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의 승리였다. 당 기반의 부재에서 출발하여 끝내 승리를 낚은 이명박 후보와, 비록 고배(苦杯)를 마셨지만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준 박근혜 후보, 그리고 단신(單身)으로 참여하여 경선 내내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하며 완주한 홍준표 후보와 원희룡 후보, 이들 네 후보 모두의 승리였다. 특히 아름다운 승복을 한 박근혜 후보야말로 진정한 승자라 할 수 있다. 네거티브를 보다 절제하고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는 데 더 심혈을 기울였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신승(辛勝)이었지만, 이런 결과가 이 후보에게는 오히려 약이 되리라 믿는다. 큰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시련을 겪고 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이명박 후보는 ‘성공의 신화’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번 한나라당 경선 승리를 포함하여 65년에 이르는 이명박 후보의 인생 역정은 드라마 그 자체이고, 성공 신화의 연속이었다. 이제 대통령 선거라는 일생일대의 승부를 앞두고 ‘야간 상고 출신의 대통령’이라는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비워야 한다. 보다 낮은 자세로,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질 때 대통령이 될 수가 있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자수성가(自手成家)를 한 지도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독선과 오만,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 요인이었던 독선과 오만이 신화적인 존재인 그에게서 싹틀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에게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의 승리를 안겨준 것은 겸손과 절제의 미덕을 주기 위한 하늘의 뜻이 아닐까?

    앞으로 이명박 후보에게는 여권의 치열한 공격이 있을 것이고, 유권자들 역시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이 후보를 관찰하고 평가할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대단히 중요하기에 때로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상당 부분 감수해야 할 숙명이다. 물론 다시는 지난 대선 때처럼 허위와 날조를 통하여 유력 후보의 당선을 빼앗는 작태는 사라져야 한다. 이에 대한 경계와 대비는 철저히 하더라도, 이런 부덕한 짓을 무산시키기 위해서는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허위 사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어정쩡한 자세는 금물이다. 이번 경선에서 고전했던 것도 단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거티브 공세가 먹혀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비전과 정책이라는 긍정의 힘을 제대로 입증해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입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대단히 감동적이면서 유의미할 때, 언론과 국민은 상대의 네거티브보다는 이 후보의 포지티브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네거티브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고, 포지티브를 극대화하라! 이번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의외의 고전을 하게 된 것도 국민적 기대의 부응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도 기존의 비전과 정책에 연연하지 말고 제로베이스에서 보다 대국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하나 명심할 것은 한나라당이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패한 정당이라는 점이다. 그 패배에는 후보 요인도 있었고, 선거 구도의 문제도 있었으며, 상대 후보의 포퓰리즘이 먹힌 탓도 있지만, 구태의연하고 수구적인 한나라당의 이미지도 작지 않은 몫을 차지했다. “우리는 시대에 졌다”는 탄식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의 한나라당 지지율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지난 4.25 재·보선에서 국민이 보여준 무서운 경고를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그래서 깨끗하고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게 하는 데 이명박 후보가 앞장서야 한다. 그렇게 해야 수권 정당, 대안 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엽적인 한 마디를 덧붙이자면, 주지하듯이 대선은 공중전인데, 여기에 당 안팎의 자원을 집중 배치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공중전에서 패했다. 인적·물적 자원을 지상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정책, 메시지, TV 토론, 인터넷, 언론 광고, 언론 대책 등의 공중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선거대책본부를 아예 공중전 중심으로 구성하고 여기에 지상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부가(附加)해야 한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경선 승리에 환호작약(歡呼雀躍)하기에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더 심한 험로(險路)를 향한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로 온몸을 던지지 않으면 정권 교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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