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전통적으로 외유내강이란 말을 즐겨 쓰고 또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부드럽지만 내면적으로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을 외유내강형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흐트리지 않으면서 본인은 지킬 것을 지키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특히 위기시에 의연하게 대처한다.

    어떤 사람의 인격이나 품위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나 대실패를 눈앞에 두고 있을 때 그 진면목을 보게 된다. 그 위기나 실패를 견디지 못하여 평소에 보여주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흐트러지는 사람이라면 아직은 수양이 부족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위기나 실패를 눈앞에 두고도 평소의 모습과 다름없이 의연하게 대처한다면 믿을 수 있는 강한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위기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누구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실패를 여러 번 경험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경험을 겪게 되면서 사람은 강해진다. 그래서 웬만한 위기나 실패에는 평상심을 잃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갖추게 된다. 평상심을 잃지 않을 만큼 내면이 다져졌을 때 그 사람은 진정한 인격자 그리고 지도자 모습을 갖추게 된다. 말하자면 인생경험을 통해 인격을 형성하고 지도자 덕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한나라당 경선을 통해보면 박근혜 후보는 아직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말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겪었다고 하지만 행동을 보면 그런 아픔을 겪은 사람 같지 않다. 부모를 불의에 잃는 슬픔과 아픔을 제대로 소화하였다면 한나라당 경선뿐만 아니라 대선 본선에서도 최선을 다하나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겸손함을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의 언행을 보면 아직 그런 깊이를 느끼지 못한다.

    유세현장에서 상대방 후보를 앞에 두고 독설을 퍼부으면서 이것이 강한 것으로 착각한다면 박근혜 후보는 아직 인생수업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 면전에서 도곡동 땅에 대해 검찰을 알고 있는데 본인을 거짓말을 하고 있다거나 전과자라거나 건강보험료를 몇 만원 밖에 내지 않은 파렴치 한 사람이라거나 BKK등 수많은 비리로 인해 본선을 완주할 수 없다거나 그래서 필패한다는 등의 악담을 서슴치않고 늘어놓았다. 이런 행동은 독하다 못해 악하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 마치 어린애들이 싸우다가 상대방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것은 강한 것이 아니다. 독한 것도 아니다. 악하다.

    박근혜 후보는 마지막 기자회견에서까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인격모욕을 하였다. 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후보를 선택하면 국민과 당원 모두 또 통한의 10년 세월을 살아야 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시한폭탄은 이명박이 아니라 박근혜다.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의혹은 지금 검찰과 국정원 그리고 박근혜 캠프를 통해 나올 것은 디 나왔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와 관련된 의혹은 아직 수면 아래 숨어 있다. 왜인가? 본선에서 강한 이명박 후보를 한나라당 경선에서 떨어뜨리고 본선에서 약한 박근혜 후보를 대선 후보로 만들고자 하는 집권세력의 공작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 검찰이 아리송한 중간수사발표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대민 관련 중간수사발표는 하지 않았다. 경선후로 미루었다. 그 이유는 박근혜 후보야 말로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 관측은 이명박 후보가 온갖 검증공세에서도 끄떡도 하지 않고 경선을 완주하게 되자 집권세력을 적잖게 당황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경선을 통해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면 박근혜 후보가 당대표시절에 보여주었던 긍정적 이미지가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표독해 보일 정도로 가혹한 언사를 동원한 네거티브 검증 공세로 인해 박근혜 후보의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하였다. 사람들로 하여금 박근혜 후보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런 사람일 줄 몰랐는데 정말 지독하다는 것이 일반적 반응이다. 그런대도 자신이 독한 것이 아니라 강한 것이라고 둘러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박근혜 후보가 조금의 미안한 마음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야말로 독한 사람, 어쩌면 악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 것이다.

    목검을 사용하여 검술을 단련하는 장소에서 진검을 휘두르며 상대방의 목숨을 직접 노린다면 이것은 끔찍한 일이다. 박근혜 후보가 그 동안 보인 모습은 박근혜 후보의 원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그러한 박근혜 후보의 언행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독선적이고 독재적 성향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상대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무자비함도 보게 되었다. 그것을 독한 것이 아니라 강한 것이라고 둘러대는 것을 보면서 개전이나 개선의 여지가 없음도 보게 되었다. 아무리 경선결과가 중요하다고 하여도 평상심을 잃는 것을 보면서 지도자감으로는 부족한 인격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박근혜 후보는 이런 모든 것을 깨달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만약에 이번 경선 결과 박근혜 후보가 선출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남의 탓이 아닌 자신의 탓이란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듭되는 네거티브 공세를 보면서 식상해 있다. 그런데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박근혜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선출되지 못할 경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경선결과를 발표하는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축제에 찬물을 뿌리거나 심하면 독자적으로 행동할까 모두들 걱정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보인 모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한 번에 털어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바로 경선결과발표장이다. 그 자리에서 누가 선출되든 그 사람을 축하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은 과거가 되고 그야말로 외유내강의 인격이 갖춰진 인물로 거듭 태어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정말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대실패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사람으로 거듭 태어났다는 것을 국민에게 과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비록 집에 돌아가 혼자 통곡하는 일이 있더라도 사람들 앞에서는 승자를 축하하는 모습을 보여줄 줄 알 때 그는 지도자로 거듭 태어나게 될 것이다. 물론 본인이 선출된다면 과거의 네거티브에 대해 사과하는 정도의 여유를 보여야 할 것이다. 독한 것과 강한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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