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나섰다. 어려운 국가를 바로 세우는데 자식으로서의 모든 것을 바쳐,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 어머니의 국민 사랑을 반드시 이루겠다"

    '결전의 날'을 나흘 앞둔 15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돌아가신 부모님 묘소 앞에서 이같이 말하며 대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어머니 고(故) 육영수 여사 제33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나라의 어머니로 나라와 국민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셨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길을 이제 내가 가고자 한다"며 "올바른 선택을 해 국민께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분단의 현실이 새삼 뼈에 사무친다"며 "다시는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부모님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부모님 묘소 앞에서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한다"고도 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를 고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구미에 있는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한 이후 '박정희·육영수 향수'를 자극하고 있는 박 전 대표다. 전날 대구 합동연설회에서는 아버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띤 홍보영상물로 대구 표심을 공략했다. 캠프는 '도곡동 당 차명재산' 의혹 등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공격하는 한편, 박 전 대표는 직접 나서 '박정희·육영수 향수'를 자극하며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양동작전인 셈이다.

    박 전 대표가 육 여사 추도식에서 유족 대표로 인사를 한 것도 이례적이다. 지난해 추도식에서는 동생 지만씨가 유족들을 대표해 단상에 올랐으며 박 전 대표는 묘소에 분향한 뒤 추도식에 참석한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었다. 당시 당 대표 임기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던 박 전 대표의 대선주자로서 첫 행보가 어머니 추도식 참석이었던 것처럼 '중요한 순간'에 항상 부모를 찾는다고 한다.

    추도식에서는 박 전 대표의 '경선 승리'를 염원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김성진 전 문화공보부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육 여사의 감동적 희생정신이 박 전 대표로 인해 사회 구석구석에 전파되고 있으며 박 전 대통령의 청렴결백하고 강철 같은 의지도 큰딸(박 전 대표)에게 이어졌다"며 "한국을 수렁에서 구출하기 위해 좌파 정권을 몰아낼 수 있는 사람은 박 전 대표뿐이다. 국민을 위해 커다란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는 "큰 딸이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가 꿈꿨던 대한민국, 이루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그 꿈을 큰딸이 이루려 한다"며 "나라를 훌륭하게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모든 국민들 따뜻하게 끌어안아 참된 지도자 될 것이다"고 했다. 박 전 대표가 유족 대표로 인사를 마친 뒤에는 추도식 분위기에 맞지 않게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를 청와대로 보내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오랜만에 '전투복'이라고 불리는 바지정장을 벗고 검은 색 치마 정장을 입은 박 전 대표는 행사가 시작되기 30분전에 미리 도착해 추도식에 모인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또 육 여사의 육성녹음을 듣는 동안에는 내내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으며 가끔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박 전 대표의 동생 근령씨와 지만씨 내외 등 유가족은 물론, 한나라당 허태열·서병수·최경환·유정복·안명옥·한선교·송영선·이혜훈·곽성문·문희·김재원·유승민·서상기 의원 등 박 전 대표 측근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일반인들의 추도 행렬도 줄을 이어 3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