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5일자 사설 ‘이 후보, 말로 부인한다고 넘어갈 단계는 지났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검찰이 13일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가 형과 처남 명의로 서울 도곡동 땅을 소유하고 있다고 박근혜 후보 진영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형 이상은씨는 실제 땅주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판단 근거로 형 이씨가 땅 판 돈 150억여 원 대부분을 10년 넘게 저금리 상품에 넣어놓고 있을 뿐 개인 용도로 쓴 흔적이 없다는 점과, 이씨가 땅 판 돈에서 지난 5년 동안 매월 1000만~4000만원씩 97차례에 걸쳐 15억여 원을 현금으로 찾아간 점을 들었다. 검찰은 형 이씨 돈을 관리한다던 이모씨가 최근 1년간 이씨 돈을 인출하면서 이씨와 통화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이씨는 이모씨가 돈을 어디로 넣고 뺐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은씨는 14일 기자회견에서 “현찰로 찾은 15억여 원은 해외출장과, 아들·여동생의 생활비 지원에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수천만원씩 되는 큰돈을 왜 굳이 현금으로만 찾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씨는 “나이가 들어 모든 것을 관리할 수가 없어 오랜 동업자인 김재정씨에게 땅 판 돈을 관리해 달라고 했고, 김씨는 자신이 믿는 이모씨에게 은행 심부름을 시켜왔던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100억원 넘는 큰돈을 사돈에게 맡기고, 자기 돈이 어느 금융상품에 들어있는지조차 몰랐다는 건 상식 밖이다.

    이상은씨 자금관리인 이모씨가 이 후보 소유의 빌딩 관리까지 맡고 있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이 후보 측은 “이모씨는 원래 김재정씨의 재산관리인인데 김씨가 이상은씨 돈 관리까지 맡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씨와 이모씨를 모두 조사한 검찰은 이 부분을 확인해 주지 않았다.

    이 후보는 검찰 발표가 나온 뒤에도 “내 모든 것을 걸고 도곡동 땅이 내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그러나 사태는 이렇게 막연한 말로 진정될 단계는 지났다. 이 후보는 이번 일에 관련된 모든 친인척과 측근들을 국민 앞에 세워 의문점들을 낱낱이 해명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후보가 경선에서 이긴다 해도 본선이 어려워 진다. 이 후보는 지금 결정적 순간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