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더 이상 한나라당의 양대 후보 진영에게 화합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오전에는 박근혜 후보 진영의 국회의원들이 검찰로 달려가 특정 사건의 수사 결과 발표를 종용하고, 오후에는 이명박 후보 진영의 국회의원들이 검찰로 달려가 검찰의 부적절한 발표에 대하여 항의하는 진풍경이야말로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끝나는 8월 20일 이후에 본격적인 권력 투쟁이 전개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이 모든 것이 특정 후보 진영의 도를 넘은 네거티브 캠페인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진영은 금년 초부터 지금까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얘기보다는 특정 후보의 불가론을 주로 설파해 왔다. “이명박 후보가 업적도 많고 경륜이 출중하지만, 그래도 제가 나이나 당 기여도 등으로 볼 때 저를 지지해 주십시오”라고 하는 것이 당내 경선의 특성상 순리인데도, 1년 가까이 가장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는 후보에 대하여 처음부터 절대 안 된다고 전제를 해 놓고 캠페인을 벌여 왔다. 그것도 ‘이런저런 시비 때문에 걱정이 된다’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워 왔다. 이것이 어찌 같은 울타리 안에서 동고동락하는 동지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지고 있는 후보이니까 ‘저러다 말겠지’라는 것이 대다수 뜻있는 당원들의 생각이었는데, 투표일이 다가오면서는 극단으로 달려가고 있다. 과연 이 사람들이 패배하는 경우,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다. 정권 교체를 이루고,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발로가 아니라 오직 당면한 선거에서 질 수가 없다는 오기가 철철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포지티브와 네거티브가 맞부딪치는 이번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아직 그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결국 포지티브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선거인단의 조사에서도 앞서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그제(8월 13일) 있은 검찰의 부적절한 처신이 오히려 포지티브 쪽의 승리를 굳혀주는 것 같다. 적어도 뜻있는 한나라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입장에서는 여권이 두려워하는 후보가 누구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열세 후보 진영에서 지나칠 정도로 네거티브에 의존해 온 것은 패착 중의 패착이다. 자신의 강점을 통해서 이길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었건만, 자신의 강점마저 훼손시키면서까지 ‘특정 후보 불가론’에 집착해 온 것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설령 우세 후보에게 본선에서 여권으로부터 공격당할지도 모를 걱정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당이 검증하고 제3자가 주장해야지, 경쟁의 당사자가 드러내놓고 떠드는 것은 약간의 진정성이 있다 하더라도 당연히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 네거티브는 오히려 한나라당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어렵게 만드는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앞서 말한 대로 8월 20일 이후가 문제다. 언론에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전망하고 있다. 모 신문에서 밝힌 네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있다. 후유증을 줄이고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당 지도부와 승리하는 후보 진영이 숙고를 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하늘의 뜻이 한나라당에 있다면 승자가 비교적 큰 표 차이로 이겨야 한다. 그리고 네 가지 길 중 패자가 흔쾌하게 협조하고 대동단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만에 하나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간다면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4.25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아프간 사태 속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기승을 부려온 네거티브의 종말이 다가와 있다. 동지들 가슴에 못을 박고, 정치의 비정함을 유감없이 드러낸 네거티브, 이런 식의 치사한 게임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지난 주 당 ‘중심모임’과 자유주의연대가 주최한 대선 관련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모 교수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인용하면서 마친다. 평소 점잖고 훌륭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그 교수께서는 이런 요지로 말했다. “같은 당 후보를 공격하는 참모들이 내 앞에 있었으면 패주고 싶었다.” 이것이 많은 뜻있는 지지자와 당원들의 마음 아니겠는가!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