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에 앉을까요?’와 ‘그냥 거기 앉으세요’는 어떤 의미에서 전자는 대범, 후자는 냉정함으로 제 3자에게 비춰질 수 있다.

    ‘옆에 앉을까요?’하고 물어보는 것은 겸손하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고, ‘그냥 거기 앉으세요’라고 답하는 것은 차가움이 깃든 싹둑 자르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자화상이다.

    빈자리가 있어서 ‘옆에 앉을까요?’라고 했을 경우에는 특별한 적개심이나 내키지 않는 마음이 없을 경우에는 흔히 ‘앉으세요’라고 하는 것이 통상 관례다.

    지난 10일 한나라당 경선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리기 직전 지도부와 4명의 경선후보가 비빔밥 오찬을 가졌다. 강 대표는 “비빔밥을 하려면 잘 된밥과 나물, 고추장, 참기름 4가지 재료가 잘 비벼져야 한다”면서 “우리도 마침 4명의 후보가 있다. 누가 밥이고 나물인지 얘기하긴 어렵지만 밥 따로 나물 따로 면 안 되지 않느냐”면서 갈등의 정상에서 헤매이고 있는 이·박의 화합을 은연중에 촉구했다. 강 대표의 멋들어진 비빔밥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박근혜 후보의 냉소적인 ‘그냥 거기 앉으세요’라는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민망스러워진 쪽은 아마도 이명박 후보였을 것이라는 것쯤은 상상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옆에 2인의 타 후보와 강재섭 대표, 박관용 경선위원장, 김형오 원내대표 등이 있는데서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후보로부터 일종의 비토를 받은 셈이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작은 행동을 보면, 마음속에 있는 거울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박근혜 후보의 ‘그냥 거기 앉으세요’는 이명박 후보를 향한 깊은 마음이 살포시 스며있는 모습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그러기에 언론들이 이(李)·박(朴)의 짧은 대화내용을 대서특필했겠지…

    이명박 후보는 자연스러우며 마음이 넓고, 박근혜 후보는 자연스러우나 마음이 차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전형적인 대화 모습이다. 마음이 넓은 편이 마음이 차다는 편보다 훨씬 더 인간적일 수도 있고, 마음이 차다는 편이 마음이 넓은 편보다 이성적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후보는 다소 감성적이며, 박근혜 후보는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것이 더 좋은 모습인지는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서 가지각색의 의견을 내 놓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두 분이 나란히 앉아서 담소도 하고 비빔밥을 의미 있게 먹었었더라면 훨씬 더 이(李)·박(朴)의 삶이 아름다워졌을 것이라는 느낌을 갖는다.

    지도부와 다른 두 경선후보가 함께한 자리에서, 이명박 후보가 ‘옆에 앉을까요?’라고 박 후보에게 양해를 구했을 때, 이왕이면 박근혜 후보는 ‘앉으세요’ 또는 ‘좋으실 대로 하세요’ 라고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 이명박 후보도 굳이 박근혜 후보에게 양해를 구할 필요 없이 박근혜 후보 옆에 가서 덥석 앉아버렸더라면 기사화되지도 않았을 터인데, 어차피 당 지도부와 4명의 후보가 합석한 자리이니 굳이 양해까지 구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이(李)·박(朴) 후보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언론들이 이날 강재섭 대표 아이디어로 함께한 비빔밥 오찬을 집중적으로 기사화했다는 사실은 이(李)·박(朴) 후보를 보는 객관적인 시각이 우려할만한 그 무엇이 있었음을 웅변으로 나타내준 셈이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