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대전에서 아홉번째 개최된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슈에 대한 관심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원희룡 의원,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의원(기호순) 등 4인의 대선주자는 입모아 '대선을 겨냥한 노무현 정권의 정략적 이용'을 경계하면서도 '북핵폐기'와 '북한개방'을 전제조건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 이 전 시장은 "시기와 장소가 적절치 않다"면서도 "만일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북한 개방을 할 수 있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치졸하게 2007년 대선에 정략 이용하려는 꾀를 쓰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박 전 대표는 유세에 앞서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가장 위협하는 북한 핵문제를 반드시 매듭짓는 회담이 돼야 한다"며 "모든 의제와 절차 등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한나라당이 가는 큰 길에 노 대통령이 혹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장난치려는 꼼수라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평화를 닦고 통일의 기초를 놓는 정상회담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정상회담을 하되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상회담이 아니면 할 필요없다"면서 "만약 남북한이 합작해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겠다는 것이 목표가 되는 정상회담이라면 남북 국민도 이간질 시킨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역시 "정상회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강재섭 대표는 인사말에서 "한나라당은 일찍이 대선용으로 이 분들(노 대통령, 김정일)이 남북정상회담을 악용할 것이라고 예측해왔다"면서 "우리는 정상회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정상회담은 반드시 북핵을 해결하는 정상회담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어 "만일 이 정상회담이 연말 대선을 위해 같이 짜고 하는 엉터리 이벤트 회담이 된다면 노 정권과 북한당국이 공동 대선선대책기구를 만든것 밖에 안된다"고 경고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며칠 잠잠하다 싶더니 느닷없이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했다"면서 "4년 내내 깜짝 쇼를 연출하더니 그 결정판인 정상회담을 들고 나왔다. 깜짝 쇼에 하도 놀라서 이제는 놀라지도 않는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세계 어느 정상회담도 의제조차 설정하지 않고 만나는 경우는 남북 지도자 두 사람 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선 막바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날선 신경전도 계속됐다. 이 전 시장에 앞서 연단에 오른 박 전 대표는 '국정원과 이명박 캠프 내통설' '시장재임시 이 전 시장의 행정중심복합도시 반대' 등을 집중 거론하며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였다. 곧이어 유세에 나선 이 전 시장은 "박근혜 대표님 그 부드러운 모습 어디가고 그렇게 독해졌습니까. 그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걱정이 많습니다"라고 즉석 애드립을 던지며 역공을 펼쳤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제2의 김대업 사건이 터졌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나를 음해하기 위해 제2의 김대업에게 돈을 주고 기자회견을 시킨 것이 드러났다"면서 "아예 나를 비방하는 기자회견문까지 써주고 네거티브 기획서까지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관련해서도 박 전 대표는 "행복도시법이 통과될 때 나는 대표직과 정치생명을 걸었다. 당내에서는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단식을 하고 당이 분열직전까지 갔고 군대라도 동원해서 막고싶다는 분도 있었다"면서 지역민심을 흔들었다.

    이에 이 전 시장은 "이제 음해공작이 지겹지 않나.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나"며 맞받았다. 그는 "지금까지 6개월 넘게 수많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단 하나도 사실로 나타난 것은 없다. 앞으로도 절대 없다"고 선거인단에 호소했다. 행정도시에 대해서도 "서울시장 때는 분명히 반대했다. 사실이다"고 고백하면서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한 나라사랑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거전략으로 했다. 또 기왕에 시작된 것은 제대로 만들어야한다. 생산도 고용도 없는 도시가 아니라 과학, 산업, 교육, 그리고 문화가 들어오는 진정한 명품도시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원 의원과 홍 의원도 '틈새공략'에 나섰다. 원 의원은 "대전이 대덕지구를 통해서 21세기 지식사회에서 먹고살 우량 기업을 길러내는 것처럼 한나라당도 앞으로 닥쳐올 통일의 시대, 평화의 시대에 원희룡이라는 벤처기업에 투자해 달라"며 "기껏 위원장들을 앞세워서 중소기업 영역인 일반당원과 국민들까지과 줄 세우는 대기업의 횡포를 여러분이 앞장서서 끊어 달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빅2' 사이의 날선 신경전에 비판을 가하며 "홍준표를 찍으면 단합할 수 있다"고 틈새를 파고들었다. 그는 "경선 막바지에 와서 아프간에 인질이 잡혀 있고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는데 후보들이 여론조사 문항 갖고 싸우고 경선을 하니 안하느니 하느냐.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쩨쩨하다. 당에서 정해준 대로 하라"며 압박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이날 연설회가 열린 충무체육관은 4명의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과 당원으로 열기를 뿜어냈다. 대전은 총 5383명의 선거인단, 충남은 7604명의 선거인단이 제 17대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참여한다.[=대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