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소설가 조정래씨의 역사소설 '아리랑'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뉴라이트교과서 포럼의 공동대표이자 '식민지 근대화론'의 논리를 개발해 온 낙성대연구소 소장인 이 교수는 역사가의 입장에서 '아리랑'의 지나친 허구를 문제삼은 것.

    이 교수는 29일 출간된 뉴라이트 기관지격인 '시대정신'(2007 여름호)에서 <광기 서린 증오의 역사소설가 조정래-대하소설 '아리랑'을 중심으로>란 글을 통해 "'아리랑'에 등장하는 일제 식민시기의 역사적 사실은 허구"라며 "'아리랑'은 역사소설로서의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했다"고 조씨를 비판했다.
     
    그는 "'아리랑'을 분노와 증오의 광기 서린 소설"이라고 규정하며 "아리랑이 엮어내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가 그에 상응하는 연대기 상의 사건과의 관련에서 어떻게 어긋나고 얼마나 비틀려 있는지를 일일이 따지기에는 허락된 지면이 너무나 협소하다. '아리랑'에는 사실의 근거가 없다. 그래서 일종의 광기"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조씨가 작가적인 양심으로 조금만 취재를 했어도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었을 터인데 게을러서인지 의도적인지 역사적 사실을 묵살하고 왜곡했다"고 말한 뒤 소설에 등장하는 허구를 조목조목 따졌다. 그는 "▲경찰서장이 사람을 재판 없이 즉결 처형할 수 있는 ‘조선경찰령’ 법령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아오지마 섬의 대학살 기록은 전혀 없고 사실도 아니다. 또한 ▲아리랑의 주무대로 비옥한 토지로 묘사되는 김제평야는 원래 불모지였고 1930년대를 전후하여 일제가 개간 수로사업 등으로 비옥한 농토로 바꾸었지 '아리랑'에서 처럼 빼앗기고 수탈당해 농민들이 쫓겨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가는 일제의 혹독한 탄압에도 끝내 승리한 조선인의 역사를 쓰겠다고 했지만 막상 소설에서는 그 반대"라고 주장하며 "소설에서 해방이 되자 만주에서는 중국인들이 일본의 앞잡이라는 이유를 들어 조선인을 공격한다. 소설은 이 대목에서 갑자기 끝을 보고 있다. 분노와 증오의 광기로 좌충우돌 소설을 이끌어 오다가 더 이상 끌고 갈 기력이 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끝으로 "일제하 식민지기는 수탈과 학살로 가득 찬 분노와 증오로만 설명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었다"며 "수난과 모멸의 시대였지만 새로운 학습과 성취의 시대이기도 했다. 식민지기의 민족사적 내지 세계사적 의의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씨에게 충고했다.

    좌파민족주의 소설가로 알려진 조씨는 '태백산맥'(전10권)의 저자이기도 하다. 조씨는 일제의 수탈과 침략에 맞서는 우리 민족을 그린 '아리랑'을 쓴 배경에 대해 "일제시대 36년간 조선인이 일본인에게 수없이 죽었는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이는 친일파가 사회를 장악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반역의 역사에 대한 '논리적 증오'와 '이성적 분노'에 입각해 식민지시대의 역사를 구체적이며 총체적으로 바로 알리기 위해 '아리랑'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