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와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친노(親盧)진영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위시한 청와대가 배후에서, 열린당 내 대표적인 친노의원들이 전위대로서 각각 역할분담에 나선 모양새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주축이 된 참여정부평가포럼은 본격적인 지역조직 재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당장 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유시민 장관의 5월말~6월초 당 복귀설이 나온다. 유 장관의 당 복귀는 사실상 ‘노무현당’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게 범여권의 판단이다. 

    유 장관은 최근 당내 한 중진의원을 만나 “우리(친노 직계)는 당을 지킬테니 떠날 분들은 떠나라, 비례대표 의원들도 편안하게 해 드리겠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열린당=노무현당’을 위한, 중단없는 전진을 위해 진로를 방해하는 장애물, 소위 당내 통합론자들을 제거하는 전위대로서의 역할에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최근의 잇단 발언을 감안할 때 유 장관의 일련의 움직임은 노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는 것인데, 사실상 노 대통령을 위시한 청와대가 배후 지원 역할을 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에는 청와대 정태호 정무비서관이 열린당 인사들을 접촉, 노 대통령의 향후 정국구상 의중을 ‘설파’(?)하고 다니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아울러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 등 친노그룹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는 인사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는데, 일종의 역할분담설에 근거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다. 유 장관을 앞세워서는 ‘열린당=노무현당’ 구상을 통한 차기 총선을 대비하고, 이․한 전 총리를 비롯 김 의원을 내세워서는 올 연말 대선에선의 범여권 후보단일화 구도를 염두에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이른바 ‘투트랙’ 전략 차원의 역할분담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 대선주자들이 ‘남북평화’키워드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실상은 이런 관측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이 전 총리는 이달 10일을 전후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을 만나기 위해 방미를 계획중이다. 대외적 정치적 접근을 통한 북한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또 한 전 총리도 이달 말 대선 경선 출마를 공식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총리로서의 온화한 이미지에서 풍겨나는 통합능력, 무난한 국정운영 능력을 내걸고 있다. 자칫 열린당만의 오픈프라이머리가 될 지도 모르는 경선에서 '주요 흥행담당 역할'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23일부터는 동북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 아베 총리 등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친노진영의 대선주자인 김 의원도 최근 북한을 방문하는 등 남북경협카드를 통한 남북평화구축에, 행보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전 총리가 대외적 정치적 접근에 주력하는 것이라면 이 의원의 경제적 접근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인의 이미지로서의 남북평화구축 접근을 이뤄내겠다는 의중이다. 

    물론 이들의 이같은 행보가 남북정상회담 등 가시적 성과로 이어진다면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면서 범여권의 대선구도에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주축이 된 참여정부평가포럼도 본격적인 지역조직 재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올바른 이해를 위해 참여정부의 정책공과 평가에 나서겠다는게 당초 취지인데, 지역별 강연 및 토론회 등을 통한 친노 지역 조직 개건이란 역할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 아니냐는 범여권 안팎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참여정부평가포럼의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조만간 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향후 강연과 토론회 일정등의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기상으로도 당내 와해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지지세력의 동요를 막아내겠다는 의중으로도 비쳐지고 있다. 참여정부평가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전남 무안을 방문해 특강을 했으며, 오는 10일에는 강원도를 방문해 강원여성지도자과정 특강에도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