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초 중도개혁주의 정당을 창당키로 전격 합의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집단탈당그룹인 통합신당모임이 창당 작업을 위한 본격적인 첫 실무협상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신당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하는 문제를 둘러싼 기득권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다.

    민주당은 전국정당임을 앞세워 정통성과 역사성, 지지기반 측면에서 민주당이 중심되는 신당이라는 말을 대놓고 하고 있지만 통합신당모임은 ‘신당이 민주당 중심이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신당은 각 정파가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고 참여하는, 범여권 대통합신당이라는 과제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주장이다.

    박상천 대표가 “(신당은)민주당이 중심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한데 대해서도 통합신당모임 대변인인 양형일 의원은 “박 대표 말씀의 행간을 잘 읽어달라”고 했다. 양 의원은 “출발은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으로 하지만 목표는 중도개혁통합신당”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본격적인 신당 창당 작업을 위한 실무협상을 앞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인데, 벌써부터 원만하게 협상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들은 또 신당 창당에 대한 공식적인 합의 발표를 놓고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11일 오전 민주당이 신당 추진 입장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실무협상단의 수와, 첫 실무협상 날짜까지 세세하게 밝히자, 통합신당모임측은 “상대의 논의 과정 절차도 남아있는데, 프로세싱을 전혀 모르는 것 아니냐”는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통합신당모임은 신당 창당 합의에 대한 모임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전원회의가 이날 오후로 예정돼 있었다. 때문에 민주당의 발표 때문에 모임 소속 의원들이 불만을 갖고 추인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왔었다.

    실제 양 의원은 통합신당모임의 전원회의를 통해 신당 창당에 소속 의원들의 추인을 받았다는 발표는 하면서도 “단순히 민주당이 제안하고 통합신당모임이 이를 받는 식은 아니다”면서 그간의 배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주도권을 겨냥한 신경전이 곳곳에서 감지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실무협상단의 인원 구성 문제를 놓고서도 민주당 5명, 통합신당모임과 국중당이 합쳐서 5명 등 총 10명으로 구성키로 했다고 한데 대해서도 통합신당모임측에선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실무협상단의 구체적인 인원 수 배분 문제는 협의가 된 것이 아니며 현역 의원 등의 수를 감안할 때도 실무협상단의 인원 배분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우려감을 내보였다.

    아울러 이런 와중에서 범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민주당․통합신당모임 소속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 김종인 의원의 주선으로 오찬 회동 소식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민주당과 통합신당 모임 양 진영은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민주당은 “당 차원과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소속 의원들의 개별적인 만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려했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모임측은 “누군가가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우리측은 아니다”면서 적잖은 불쾌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유력 대선주자의 신당 참여 문제에 대해 양 의원은 “먼저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어느 대선주자라도 기득권, 지분을 가질 수 없다”며 정 전 총장과의 회동이 마치 신당의 참여로 비쳐지는 모습을 경계했다.

    회동 계획이 언론에 보도되고 이에 대한 일부 참석자들의 불편한 감정이 나오면서 정 전 총장과 이들의 회동은 결국 무산됐다. 살얼음판위를 걷듯 조심스럽게 진행돼야 할 일들이 기득권을 염두에 놓은 각 정파간의 신경전으로 묘한 상황인 연출된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는 “기득권을 포기했다고 하더니, 또 주도권 싸움이냐”는 냉소적인 시선이다. 본격적인 신당 창당 실무협상을 앞두고 험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