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3일 한나라당 경선룰과 관련, “한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나도 고치자’ ‘왜 내 말은 안 들어 주느냐’는 핑계를 대고 손대고 해서 당이 분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선 여론조사 반영 방식을 기존의 ‘20%’가 아닌 ‘4만명’으로 하자고 주장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향한 경고 차원으로 해석됐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18차 한나라포럼 조찬 특강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옳다. 원칙이라는 것을 어렵게 지킨다면 누구도 당을 떠날 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원인도 결국은 기존 경선룰에 손을 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원칙이 지켜지고 손을 댈 수 없는 권위를 갖는다면 그것을 무시하고 당을 떠나거나 따르지 않겠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한번 손댈 수 있는 것이 무섭다. 너덜너덜해진 원칙이 무슨 원칙이냐. 한나라당은 그런 당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나라가) 이렇게 됐는데 새로운 집권세력도 원칙을 바꾼다면 대한민국은 선진화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경선 원칙은 후보들에게 물어서는 안된다”며 “손댈 일이 있다면 후보들의 입장이 아닌 여러 가지 변한 사정 등등해서 당 지도부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명분과 이유를 설명하고 당원들의 뜻을 물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에서 ‘8월-20만명’이라는 원칙을 고쳐서 제의했을 때 당원 뜻을 묻는다는 전제하에서 당원들이 찬성해 준다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며 “그것을 내가 거부한다면 당이 깨질 것 같은 걱정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선) 시기가 언제인가, 인원이 얼마나 참여하는가는 국민 판단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 사람이 어떤 정치를 해 왔고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언행일치하는지, 얼마나 국가관이 확실한가가 국민들의 판단 기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전 시장을 염두에 둔 듯한 박 전 대표의 공격적인 발언은 계속됐다. “신뢰받는 리더십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한 박 전 대표는 “국가 지도자가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천막당사 시절을 회고한 뒤 “우리는 이제 정권교체라는 마지막 고지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하다”며 “과거 부패정당이었다는 오명을 안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잘못을 되풀이하면 회복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개혁정신, 도덕성에 의심을 받거나 흠결이 생긴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일어설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천막당사조차도 과분하게 생각하면서 깨끗한 정치를 다짐했던 천막당사 정신이야말로 마지막까지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며 “아름다운 경선과 대선승리도 오로지 깨끗한 한나라당 위에서만 존재한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거듭 ‘도덕성’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당의 분열을 걱정하고 또 다시 정권교체 실패할까봐 불안해하는 것 알고 있다”며 “경선 과정이 치열해질수록 아름다운 결론이 더 빛날 것이고 더 큰 감동을 줄 것”이라고 경선 과열에 대한 우려를 불식 시키려 애쓰기도 했다.

    그는 또한 당 대북정책 기조 변화 논란과 관련,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유엔 회원국이고, 핵 완전 폐기를 전제로 미국과의 수교도 이야기하고 있기에 국제적으로는 국가로 인정되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대한민국은 평화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임시적인 상황이지만 두 국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헌법 제3조 영토조항도 지켜져야 하므로 대한민국 안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