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2일 사설 '이재정 통일부 장관 관철의 위험한 메시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가관과 안보관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 이재정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어제 기어이 통일부 장관에 임명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에는 회의적인 인식을 보이고 북에 대해선 무비판적 태도로 일관한 이 씨의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국민 여론과 대북 공조체제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국제사회에 등을 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 씨는 청문회에서 6·25전쟁의 남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기서 규정해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일성에 대해서도 “역사가 평가할 것이며 아직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6·25를 ‘통일내전’으로 보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친북 좌파 학자들의 강의를 듣는 듯하다. 그는 북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고 했다.

    다른 강연 자리에선 북의 핵실험에 대해 “다른 나라의 예에 비추어 필연적인 것인 만큼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의 핵실험이 필연적이라면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무엇 때문에 했다는 말인가. 그의 말은 결국 ‘미국의 압박이 핵개발의 원인’이라는 북의 주장에 동조하고, 대북 국제 공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그의 행적은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해 온 이 정권의 구호와도 배치된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10억 원의 불법 자금’ 심부름을 해 실형을 선고받은 뒤 공직 은퇴를 선언했다. 또 ‘병풍 조작 사건’을 일으킨 김대업 씨를 면회한 후 “역사의 대업(大業)을 이루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것만으로도 큰 결격 사유다. 이러니 그의 통일부 장관 임명에 대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 터를 닦기 위해서’라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주장하는 미국 일본 등과의 ‘각(角) 세우기’로 비칠 가능성도 크다. 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내재적 접근’을 강조하는 그를 통일부 장관에 앉힌 것이 ‘북이 미사일을 쏘든, 핵을 개발하든 민족끼리 껴안고 살겠다’는 고집으로 읽힐 수 있어서다.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서도 이런 장관을 인정하고, 세금으로 지탱하며, 더불어 살라고 강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