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 차기 대권주자들의 대권레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대권주자들은 앞다퉈 60, 70년대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끈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게 평가하며 ‘박정희 리더십’을 강조한다.

    자연스럽게 ‘박정희’가 떠오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권행보도 ‘아버지 박정희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3년 만에 박 전 대통령 숭모제에 참석하는 등 곳곳에서 ‘박정희 향수’를 자극한다. 그러나 ‘박정희 리더십’을 강조하는 박 전 대표의 모습에서 변화가 엿보인다. 


    박 전 대표는 11일 “60, 70년대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작았을 때는 한정된 자본·인력·기술을 최대화하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의 경제 주도가 효과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 규모가 달라졌다”며 “어느 시대건 그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 있다. 지금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혁명적 변화를 추진할 새로운 국가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자산’인 동시에 ‘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정치적 라이벌인 아버지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리더십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샹젤리제 갤럭시홀에서 열린 1959년 서울 상대 입학 17기 동문 모임 ‘1·7포럼’ 초청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1·7포럼은 손길승 전 SK부회장, 진념 전 장관, 배창모 전 증권업협회장, 박용성 전 대한상의회장, 박병윤 전 한국일보 사장 등 60년대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재계와 언론계 등의 거물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임이다.

    박 전 대표는 아버지 박 전 대통령 시절 경제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이들 앞에서 “지난 40년 동안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고 한 분 한 분이 국가적으로 핵심적 위치에서 일해 온 분들로 한국경제의 산 증인”이라고 추켜세운 뒤 현재 침체에 빠져 있는 경제를 살릴 지도자의 조건을 제시하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역으로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여러분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던 60, 70년대를 돌이켜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자본·기술·자원도 없는 대한민국을 세계 12위 경제 대국으로 키웠다”며 “5000년 보릿고개의 한을 풀자,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 국민적 투지가 불타올랐다. 어렵게 돈을 빌리고 한푼 두푼 저축해서 경부고속도로와 포항건설을 세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해외에 흩어져 있는 과학 기술인들에게 최고 대우를 하면서 국책 연구소로 모셔왔고 수출주도 산업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며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이 있었고 도시 농촌 격차는 새마을 운동을 매웠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한강의 기적’을 리더십 관점에서 본다. 국민의 마음을 모으고 국가가 가야할 목표와 올바른 전략을 세우고 앞장서서 그 길로 나간 리더십이다”고 평가한 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차기 지도자가 해야 할 첫 번째 일로 “시장 경제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정부가 할 일과 시장이 할 일을 재정립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어느 시대건 그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 있다. 지금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혁명적 변화를 추진할 새로운 국가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60, 70년대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작았을 때는 한정된 자본·인력·기술을 최대화하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의 경제주도로 효과가 있었지만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지금 대통령이나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수록 부작용만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나라는 없다”며 “항상 주장하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이 경제 정책 기조가 돼야 한다. 대신 대통령이 할 일은 정치 논리가 경제 정책에 개입하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이다”고 역설했다.

    그 외에도 ▲최고의 교육(Best education)과 최고의 과학기술(Best science technology)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국가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베스트 코리아(Best Korea)’ ▲규제 철폐와 감세 정책을 통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새로운 노사관계 재정립 ▲기존 시설 재활용을 통한 국토 리모델링 개발 전략을 차기 지도자가 해결해야할 경제 과제로 제시했다.

    박 전 대표는 또한 한나라당 경선 불복종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관련,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대한민국을 지키고 고통 받는 국민들을 살리고 책임 있는 기성세대로서 후손들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에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하고 결과에 승복해 정권 재창출을 하도록 하는 것 이상의 사명은 없다”며 “그 점에 있어 저를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