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1일자 '취재일기'란에 이 신문 이가영 정치부문 기자가 쓴 <민노당 '동막골' 아니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당직자 350여 명의 성향분석 자료를 북한에 넘긴 게 사실이라면 스파이 행위 아닌가. 제명되고도 남을 일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제명 조치는커녕 친북 성향의 민족해방(NL)계 당원들 기세에 눌려 진상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최기영 사무부총장을 비롯한 전·현직 당직자가 '일심회' 간첩단 사건 연루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의 한 당직자는 10일 이렇게 분노했다. 그는 "나를 분석한 자료가 넘어갔다 생각하면 섬뜩한데 최 부총장은 묵비권을 행사한다 하고 당은 사실관계조차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주말 검찰이 일심회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민노당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당직자 성향분석 자료의 존재가 알려지자 당 관계자들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러나 당은 침묵하고 있다. 대국민 사과는 물론 다른 어떤 공식적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민노당은 검찰 수사를 반박할 만한 자료도 갖고 있지 않았다. 진상 조사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NL계가 당내 비판과 조사를 막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NL계 당원들은 "동지가 감옥에서 고생하고 있는데 이중으로 고통을 줄 셈이냐"는 논리를 내세운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 이상 민노당 당원임이 자랑스럽지 않다"(주대환 전 정책위의장)는 '절규'도 터져 나왔다. 주 전 의장은 최근 인터넷 신문 '레디앙'에 기고한 글에서 "민노당은 '동막골' 사람들이 아니다. 대한민국 법 질서를 잘 알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공당이다. 그런데 민노당이 국민의 상식을 가벼이 보고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약간 빚진 마음으로 한 달에 1만원씩이라도 내자는 생각으로 입당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당에 대한 자부심이 땅에 떨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 간첩행위 여부는 법정에서 가리더라도 당의 기밀 정보를 북한에 보낸 것은 확인해야 한다. 최 부총장은 당의 녹을 먹던 사람인 만큼 솔직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예의다. 당 지도부는 공당의 당직자가 관련된 것에 대국민 사과를 하라."(당 홈페이지 당원 토론방, ID:회사원)

    이제 민노당이 선택할 때다. 당원들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공당의 책임을 져버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