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6일자 오피니언면 '포럼'란에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이 쓴 <국가정통성 부정하는 ‘6·25내전’ 인식>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6·25를 ‘전면적 내전’이라고 표현했다. 지난달 캄보디아 방문 때 ‘내전’으로 언급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그의 ‘6·25 내전’ 발언이 단순히 우발적인 말 실수가 아닌, 기본적 역사 인식임을 강력히 시사해준다.

    그러면 ‘6·25는 내전’이란 인식과 표현이 왜 문제가 되는가. 우선 내전이란 표현은 어느 편이 옳고 그르다는 평가 이전에 양편을 등가적(等價的)으로 보는 가치중립적인 것이지만, 좀더 면밀히 분석하면 ‘북(北) 편향적’임을 곧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6·25를 보는 두 시각이 존재한다.

    먼저 ‘전통주의’ 시각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의 공격적이고 팽창주의적인 대외정책과 김일성의 대남 적화 야욕이 6·25를 가져온 원인이었다고 해석한다. 특히 미국이 1949년 여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남한을 극동방위선에서 제외하자, 스탈린 - 김일성 라인에서 남한 침공을 결행한 것으로 파악한다. 이 점은 역사적 자료를 통해 사실(史實)로 입증되고 있다. 이와 상반되는 ‘수정주의’ 시각은 분단과 냉전의 책임이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대외정책’으로부터 나왔다고 왜곡 해석한다. 현 한국 사회 내 반미 의식의 원천이 되는 역사 인식이다. 특히 친북 좌파 학자들은 6·25가 내전이란 전제 아래 일종의 인민해방전쟁 또는 민족해방전쟁이며, ‘남침’ 여부는 그 자체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6·25가 내전이라는 인식은 6·25가 ‘통일을 시도한 전쟁’으로서 ‘실패는 했지만 있을 수 있는 전쟁’이며, 더 나아가 ‘(통일을 의도했기에) 긍정적 측면이 있는 전쟁’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맥락에서 친북 세력은 맥아더 장군을 ‘통일전쟁을 방해한 원수(怨讐)’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6·25 남침을 북한의 편에 서서 옹호하는 입장인 셈이다. 인천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소동을 벌인 세력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

    명백하게 6·25가 북한 공산정권의 남침에 의한 것이었고 대한민국의 적화를 기도한 전쟁이라는 점에서, ‘내전’ 인식은 결국 ‘6·25는 남침’이라는 대한민국 중심의 역사관을 부정하는 것이며 따라서 반(反) 국가적 인식이다. 6·25에 대한 올바른 개념 정의는 대한민국 정통성 인식에 대한 출발점이다. 결코 케케묵은 역사 논쟁이 아니다. 6·25를 내전으로 보는 인식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역사관이다. 곧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국가 정통성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대한민국이 유일 합법정부라는 신념 없이 우리는 국가 수호와 국가 건설에 나설 수 없고, 대한민국이 중심이 되고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에 나설 수 없다. 대통령 직위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유사시 국가 수호를 선도해야 하는 자리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대한민국 중심의 가치관과 역사관은 필수적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권력 주변 참모들의 국가관·역사관·시국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최고통치권자로서 노 대통령의 ‘내전’ 발언은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결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국가 정통성에 도전하는 발언을 하는 저의와 배경은 무엇인가. 노 대통령은 그동안 대한민국의 건국을 ‘분열정권의 수립’이라고 폄훼하고, 한국의 근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로 규정한 바 있다. 대통령은 앞으로 말 실수가 아닌 의도성 있는 국체(國體) 부정 발언을 하여 국민의 의혹을 사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