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굴복이란 표현과 임기를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표현을 썼다.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표자의 자리다. 대표자가 정당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한 모습을 보는 국민의 가슴은 찢어진다. 마치 정신지체아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이러하지 않을까. 안쓰럽지만 딱히 할 방법이 없다.

    자살하는 사람의 심경이 이러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는 생활태도를 고쳐 잘 적응하도록 노력하면 분명 좋은 길이 있을텐데 굳이 비관으로 일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분명이 비극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므로 밖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다.

    대통령의 자리는 개인의 자리가 아니다. 국가를 대표하고 국민의 대표하는 자리다. 그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면 당당히 물러나는 것이 인격자답다. 능력에 부치는 자리를 굳이 맡아 국민을 실망시킬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대통령 노무현은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라도 인간 노무현은 오히려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여 정책을 조정하거나 노선을 수정하면 될 것을 굳이 독선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굴복했다는 표현을 쓰는데 있다. 국정이 어디 개인 오기 대결장인가. 여론을 수렴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든가. 그렇다면 조정과 타협 그리고 설득과 합의가 있을 뿐이지 승리니 굴복이니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전효숙 재판관의 임명동의한 철회를 두고 굴복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노무현의 국정에 대한 시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까지 노무현은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개인 노무현으로서 오기를 부려본 것에 불과하였다는 고백일 것이다.

    노무현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어제 대통령이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철회했다. 굴복한거다. 현실적으로 상황이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대통령이 굴복했다.” 이 말을 들어야 하는 우리 국민은 참으로 처참하다. 그러면서도 굳이 “국회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표결을 방해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부당한 횡포다.”라고 국회를 비난하는 것은 그가 전혀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철부지 어린이에게 국정을 맡겼다는 낭패감을 느끼게 된다.

    그 다음 발언도 노무현의 인격과 인품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기 동안 직무를 원활히 수행하자면 이런저런 타협과 굴복이 필요하면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최선을 다해 보겠다.” 역시 굴복이란 표현과 임기란 표현이 주목을 받는다.

    대통령이 사면초가의 고립무원지경에 빠지게 된 것은 그의 국정철학이나 방향 또는 노선이 반대한민국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애국심으로 국정을 돌본다면 설사 국민의 90%가 반대하는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당당하게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도덕적 확신, 정당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이 굴복이란 표현과 임기라는 단어를 꺼내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지 못했다는 고백이 아닌가 한다. 밥에 재뿌린다는 말이 있듯이 사물을 바로 보지 못하고 비뚤어지게 보니 타협이나 조정이 굴복으로 보이는 것이다. 개인적 오기로 밀어붙이려고 하니 한번 밀어부쳐보다가 안되면 사퇴하겠다는 오기를 보이는 것이다.

    모든 악의 근원은 관점에 있다. 세상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갖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심의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본다면 분명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길이 있다. 그러나 노무현은 그 길을 포기하고 있다. 개과천선하느니 끝까지 그렇게 살다가 죽겠다는 오기가 서려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버티면 버틸수록 문제는 꼬이게 마련이다. 선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의로 밀어부친다면 도덕적 자부심이 넘쳐 국민이 감동하게 될 것이다. 굴복이나 임기란 단어를 함부로 쓰기 보다는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바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