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9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북한의 핵실험 선언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을 강력 경고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은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명백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를 강행하면 "안보리는 유엔헌장에 따른 책무에 부합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경제제재는 물론이고 무력제재의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것이다.

    성명 채택 과정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대응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무력제재까지 가능한 내용의 의장성명 채택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특히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아주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나쁜 행동을 하는 국가들은 어느 누구도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여간해선 비난을 삼가 온 중국의 입장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인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용인할 수 없다는 중국의 단호한 의지표명이다.

    북한은 중국의 이 같은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새겨야 한다. 북한 체제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결정적 요인은 중국의 경제지원이라는 것은 북한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 않은가. 남북교역을 제외한 북한 대외교역의 50%가 중국 아닌가. 실제로 '고난의 행군' 때인 1999년 중국이 지원한 코크스 40만t, 식량 15만t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가. 그럼에도 핵실험 강행으로 이런 지원이 축소, 중단돼 또다시 주민들을 고난의 행군으로 몰아가겠다면 이는 민족과 역사에 대한 범죄 행위다.

    이런 국제사회의 단호한 움직임과는 달리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뜨뜻미지근하다. 물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보다는 긴박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느낌이다. 대통령이 "북한에 엄중 경고하라"고 지시했지만, 나오는 소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등 한가한 내용뿐이다. 미국 국방차관과 일본 외무차관은 워싱턴에서 긴급회동, 대책을 숙의했으나 우리 정부는 이들 국가의 외무.국방장관과의 전화통화가 고작이다. 미국의 대북 태도 변화가 그렇게 긴요하다면 당장 미국에 특사라도 파견해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 아닌가.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 뒤의 대책이 아니라 핵실험 방지다. 그러려면 지금까지와 같은 소극적.유화적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일체의 대북 지원이 중단된다는 등 단호한 입장을 북한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핵실험 선언 이후에도 집권당에서 '대북 제제 논의보다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할 때'니, '북.미 대화가 우선'이니 하는 딴소리가 나오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동안 그런 소리를 수도 없이 해 왔으나 이 지경에까지 온 것 아닌가. 지금은 국제사회와의 철저한 공조하에 강력한 대북 경고와 함께 6자회담 참석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