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등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 교과서를 비롯하여 각종 역사책들은 나라를 세우고 지키며 가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 우리의 모습,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린 우리의 자화상이 보이지 않는다. 독재와 억압, 자본주의의 참담한 모순만이 있을 뿐이다” ·

    중고교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교과서포럼(대표 박효종)이 해부한 역사왜곡의 진상과 역사 바로쓰기 대안을 담은 3번째 책, ‘빼앗긴 우리역사 되찾기(기파랑 펴냄)’가 출간됐다.

    ‘남북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의 불균형’, ‘세계사적 관점의 부족’, ‘사실보다 사관을 앞세우는 민중사관의 문제점’ 등을 짚은 이 책은 ‘일본의 침략이 식민지화의 원인’이라는 식의 허무한 얘기나 맹목적인 반미주의 등 편향된 시각을 벗어나 역사 교과서가 자유주의 사관에 따라 편찬돼야 한다며 제8차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실명을 명시하자고 제안한다.

    이 책의 필진으로 참여한 4명의 학자(박효종•최문형•김재호•이주영)는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부끄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총체적으로는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역사교과서의 편향과 왜곡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는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우리의 역사교과서가 남북한에 대해 각기 다른 잣대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남북한의 역사를 균일한 잣대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그는 “무슨 까닭에 교과서들이 한국에 대해서는 혹독한 ‘외재적 접근’을 하는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내재적 접근’을 하는 ‘외눈박이 서술’이 가능하느냐”고 반문한 뒤 “한국 유신체제에 관해서는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체제로 나아간 것이 유신체제였다’라고 타당한 비판의식을 갖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북한에 대해서도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이름 아래 사회주의가 아닌 ‘수령전체주의’로 나아간 것이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체제였다’라고 언급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문형 한양대 명에교수는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의 ‘민족민중’ 지상주의’에서 “개항 후 우리역사는 그 특성상 외세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한국의 폐쇄적 시각만으로는 이미 연구가 불가능하게 됐다”며 “당시의 국제적 정황 하에서 우리가 어떻게 당했고, 난국에 직면하며 우리가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알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항 후 한국사 연구는 ‘민족 · 민중’이라는 거룩한 대의명분으로 포장된 이념을 앞세워 연구에 또 다른 혼동을 빚고 있다”며 “역사는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가르쳐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이나 이론이라고 해도 역사를 여기에 맞도록 뜯어 맞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김재호 전남대 교수는 ‘약탈과 수탈 뿐인 근대경제 없는 근대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근현대사 교과서들이 일제의 ‘약탈과 수탈’ 등 이른바 ‘수탈론’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근대사가 던지는 가장 중대한 질문은 ‘왜 식민지로 전락했는가’ 하는 것이며 ‘식민지 지배는 우리 민족에게 무엇을 남겼고 우리는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꼬집는다.

    이주영 건국대 교수는 우선 ‘민중 · 통일 사학’의 실체와 그 충격’에서 “19845년부터 지금까지 60여년간 대한민국 땅에서 일어난 수많은 일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가난하고 무질서했던 후진국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며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이라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역사를 강조한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런 사실에 대한 역사 해석은 대한민국의 역사는 실패한 역사, 즉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로 정의하고 있다”며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번영과 발전은 정통성도, 자주성도, 민주주의 신념도, 통일의지도 없는 정권들에 의해 추진된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것이 못된다는 기이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 이렇게 만들어야’에서 이 교수는 “대한민국의 역사책은 상상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완전무결함의 이상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세계의 어느 나라도 확보할 수 없는 민족의 완전한 자주성을 절대적 명제로 내세우고 그것을 잣대로 현실을 무자비하게 비판하는 비현실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완벽주의적, 근본주의적인 역사인식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완전히 자유롭고 평등하고 자주적인 ‘완전 사회’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들의 대부분은 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앞으로 나올 교과서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도달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에 맞춰 역사적 사실을 평가하는 현실주의적인 입장에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27쪽,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