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노란 코스모스 사이를 분주하게 비행하고 있는 호랑나비들이 있다. 이 꽃과 저 꽃 사이를 넘나들면서 날고 있는 모습이 곡예를 보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긴 빨대를 꽃에 박고 꿀을 취하면서도 날개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만역에 날개를 움직이지 않으면 추락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꿀을 얻고 있다. 나비의 비행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촬영을 하고 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꿀을 모으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곤충의 감각기관은 아주 예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판단이 되면 몸을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인 동작이다. 외부 자극에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못하게 되면,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 물론 나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럼에도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꿀을 얻기 위하여 몰두하는 나비의 모습이 아름답다. 가을의 짧은 해를 알고나 있는 듯이 한 눈 팔지 않고 열중하고 있다. 꿀을 취하는 한 가지 일에 몰입하고 있어 감동이다. 솔거의 생각을 나게 한다. 소나무를 그리는 일에 몰입하다 보니, 딛고 서 있는 사다리를 치워버려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그 이야기가 떠오른다.

    몰입은 아름답다. 감동적이다. 감동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주관과 객관이 일치를 이룰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오직 한 마음으로 일의 성취를 위하여 올인 하는 것이 바로 몰입이다. 이는 열정이나 정열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익을 추구하거나 하기 싫은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루어질 수 없다. 좋아서, 하고 싶어서 손익계산을 떠났을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일이다.

    역사의 발전은 이런 몰입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순수한 마음을 바탕으로 그 것이 좋아서 열정을 가지고 성취한 일이었지만, 그 결과가 성취해낸 사람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회에 기여하게 되고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온 것이다. 성취해낸 일은 남이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 것이 아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해낸 일이다. 성취하고 싶은 마음 하나로 매달린 것이다. 그 것이 바로 몰입이다.

    나비의 몰입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감동이 물결친다. 이제는 먼 전설이 되어버린 나의 열정이 그리워진다. 분명 나에게도 미친 듯이 몰입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시나브로 나도 모르게 잃어버렸다. 슬픈 일이다. 나비의 몰입하는 열정을 통해 잃어버린 나의 열정을 되찾고 싶어진다. 그 것이 무엇이든 본디 나의 정열을 되찾고 싶다. 손익계산을 떠나서 순수하게 성취하는 기쁨만을 추구하는 몰입에 빠지고 싶어진다. <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