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성곤(열린우리당) 국회 국방위원장은 그제 김근태 당의장과 성우회 회원들의 간담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북한 수복의 주체가 어디가 되느냐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작전권을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유사시 북한 수복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일부 신문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 비상상황 때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북한 문제를 처리할 우려도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눈앞의 현실인 안보 불안은 제쳐 두고, 가상의 미래를 거론하며 작전권 환수의 명분을 찾고 있으니 답답하다. 오죽하면 육·해·공군사관학교 동창회를 비롯한 예비역 장교단체들까지 나서서 “작전권(공동 행사)은 전쟁보험”이라며 단독 행사에 반대하겠는가. 국방연구원도 올해 초 “작전권 환수는 시한을 설정하기보다 여건이 갖춰진 뒤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설령 북한이 붕괴한다고 해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조차 마땅치 않은 것이 엄연한 실상이다. 물론 우리 헌법은 제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이 따로 유엔에 가입해 있고, 북이 휴전선 이북 지역에 대해 실효적으로 주권을 행사해 왔기 때문에 북에서의 ‘평화 유지’ 문제 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 다수 국제법 전문가의 판단이다.

    실제로 정전협정 당사자인 유엔(미국)과 중국의 구상이 중요하고, 여기에 러시아와 일본까지도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미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반세기 이상 동맹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피도 함께 흘린 미국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북한 문제를 우리 뜻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미동맹은 흔들려도 작전권만 있으면 다 될 듯이 말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에 가깝다. 정권이 설혹 북한 붕괴 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도 관련국들이 주시하고 있는 데서 가볍게 발언할 일이 아니다. 이러니 ‘자주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