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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본 미·일동맹

입력 2006-05-06 09:50 수정 2006-05-06 09:59

정은숙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6일자 조선일보에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난 달에 동아시아 몇 개국 학자들로 구성된 견학 팀의 일원으로 하와이에 있는 미군 태평양 사령부와 일본 내 미군 기지, 항공모함, 그리고 오키나와의 일본 항공자위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이 일본과 공동의 전략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 가는 현장과 정교한 첨단 군사 장비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견학기간 중 만난 미군 인사들은 “일본은 2차대전 이후에는 평화 지향적 정책을 펼쳐 왔고, 미국과 강력한 결속력을 보여 왔다”며 “일본은 신뢰할 수 있으며, 책임감 있는 협력 파트너”라고 했다. 태평양 전쟁의 상흔은 이들에게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은 듯했다. 한 장성은 “나의 삼촌도 태평양 전쟁에서 전사했지만 나는 그 사건에 집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와이 미군 태평양사령부가 작전 대상지역으로 삼는 일본, 중국, 필리핀 근해 등 태평양 서쪽 해역에서는 지금까지 못 보던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선 전함과 전투기, 그리고 미군 병력이 테러와 마약 밀매, 전염병, 자연재해 등 ‘비전통적인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뜻밖에도 자주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미군 태평양 사령부와 주일미군, 그리고 일본 자위대의 지원활동에 대해 동남아에서 온 참가자들은 좋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그러나 동북아에 대해서는 “동남아 지역과는 달리 한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 국가 간 불신을 전제로 한 전통적 안보위협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미군 관계자들의 정세 판단이었다. 그들은 “특히 중국과 북한은 미군과 일본 자위대에게 공통의 불안 요소”라고 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중국의 군사력의 투명성이 낮다는 점, 그리고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가 극단적인 경우에는 무력까지 동원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도 미 태평양사령부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거리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은 역시 핵과 미사일 문제, 위조 달러와 마약 등 국제적 불법활동의 문제로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북한 핵 문제가 태평양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 그리고 일본 자위대에게 불안정 요인으로 지목되는 정도는 국내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해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북한 핵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지도 못하고 체제의 성격을 평화적으로도 유도하지도 못한 채, 핵 문제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우리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신뢰도도 급락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대화를 나눈 일본의 유력인사들은 “내가 만난 한국사람들이 북한의 위협을 거론치 않아 많이 놀랐다”는 말을 자주 했다.

하와이 미 태평양 사령부를 보고 와서 지난 1일 미·일 안보협의위원회(2+2위원회)에서 채택된 미군기지 개편 로드맵을 보니 이 로드맵이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다는 뜻이 적지 않을 것으로 느껴졌다. 그동안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무기 동원과 기지배치, 작전 전개 등의 차원에서 공유와 협력의 길을 걷게 된 것이라는 점도 잘 보였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우리의 동맹국이고 한·미동맹이 존속하는 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진출을 상정하기는 어렵다고는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소수이기는 하나 일본 자위대 인사들 중에는 벌써부터 유사시 한국 내의 일본인 보호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과 일본 관계자들이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가고 있다는 점이었으며, 바로 그 점이 가장 중요한 미·일동맹 강화의 일면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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