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6월 북한 방문을 놓고 '한반도 평화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환영과 '국론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국가적 난제를 풀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의 방북이 꼬여만 가는 남북 현안들을 푸는 계기가 되면서 남·남 갈등은 유발하지 않는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그러려면 유념할 대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통일방안에 대한 '깊숙한 논의'는 자제해야 한다. 6.15선언 중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공통성이 있다'는 조항은 우리 사회에 분란을 일으켰다. 북한이 이를 '연방제로 가는 출발점'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논의를 재개하면 또다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물론 DJ가 밝힌 의제에는 이런 대목이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DJ가 평소 이 조항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해 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사안을 포함한 방북 목적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 또 DJ와 정부는 북 측과의 향후 협상도 투명하게 추진해 '대가가 뭐니'하는 뒷말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 남북관계에서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는 6자회담 재개와 납북자 귀환 등이다. 우리는 DJ가 국민적 여망이 담긴 이런 현안에 대해 성과를 거둬 모든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