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곤 한다. 생명의 귀함과 전쟁의 공포를 재각인시켜 주기도 하지만 인생을 사는 지혜도 가르쳐주곤 한다. 전쟁의 성공과 실패를 읽으며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배우는 중요한 지혜 가운데 하나가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만하면 허를 찔리고 허를 찔리면 곧 패배하게 된다. 김문수 의원(이하 김씨)의 클리닉을 쓰면서 나는 김씨에게 이 말을 꼭 강조하고 싶다.

    김씨, 돌다리도 두들겨 봐라

    어찌보면 김씨에게 돌다리를 두들겨 보라고 말을 하는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신도 잘 지킬 수 없는 말에 대해서 절대 충고하지 말라고 하면 아마 이 땅의 부모들도 자녀들에게 이런 저런 충고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부모들 스스로도 중요한 삶의 지혜들을 잘 지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내가 김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김씨 관련 여론조사 자료를 보도한 기사의 제목을 보고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 홈페이지에는 ‘김문수, 우하하하 - 김진표,진대제 허걱’ 이란 제목의 시사저널 기사가 걸려있다. 또한 ‘김진표-진대제 나온다고? 김문수, 껄껄껄’이라는 제목의 데일리안 기사도 걸려있다.

    나는 이런 제목들을 보며 김씨 측이 좀 나태해졌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김씨는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닌데 말이다. 샴페인은 이기고 난 다음에 터뜨리는 것이지 지금처럼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터뜨리는 것은 아니다. 지금 김씨가 한 발짝 앞서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씨의 선거전략에는 아직도 허점이 많아 보인다.

    이제부터는 김씨의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보고 현재 김씨의 선거행보에서 드러나고 있는 허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할 것이다.

    김씨가 승승장구하는 이유

    그러나 현재 김씨가 예비 경기지사 후보들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나라당내에서 생각해 볼 때 경쟁주자인 전재희-김영선 의원을 다소 멀리 따돌려 놓고 있는 상태고 열린우리당의 경쟁주자로 예측되고 있는 김진표 교육부총리나 진대제 전 장관보다도 확실히 앞서 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김씨는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① 한나라당 후보들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②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③ 열린우리당과 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커져 있는 만큼 ‘반노투사’로 각인되어 있는 김씨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④ 진대제-김진표-김영선 등과 달리 경기도에 확실한 기반을 잡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남경필 의원과의 단일화 성공도 기반장악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정리하면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 대중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에게 쏠리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주요 남성후보가 김씨 하나 뿐이다 보니 압도적으로 김씨에게 지지세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한국 특유의 남성우월주의 문화의 혜택을 김씨가 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김씨는 인지도도 높다. 김씨의 특징은 소위 세칭 ‘극우’단체라고 불리는 집단의 행사에도 이따금 참석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강경 발언도 간혹 해왔다.

    조인스닷컴 2005년 7월 6일자 기사를 보면 김씨가 ‘제대로 된 야당 있었다면 폭동났을 것’이라고 주장한 내용이 나온다. 물론 한나라당의 ‘웰빙족’근성을 비판한 글이기는 하나 현 정권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이 드러난다.

    노 대통령과 소송중인 김씨

    김씨가 왜 그리도 현 정권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을까.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우선 노 대통령과 김 의원은 상당한 적대관계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김씨의 2004년 3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대표경선 연설문을 보자. 아래는 김씨의 연설문 가운데 일부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물론 정당하고 올발랐다. 당원이 더 잘알 것이다. 저만큼 노무현 거짓과 사이비 선동에 맞써 치열하게 싸운사람이 누가 있나?

    숨겨놓은 재산과 친인척 비리 샅샅이 찾아서 밝혀냈다. 장수천 비리 제가 찾아서 밝혔다. 그러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김문수를 정치적으로 죽이려고 별짓 다했다. 수없이 고소하고 검찰에 불려가서 죽다가 살아났다

    지금도 22억이라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걸려있다. 저만큼 탄핵바라는 사람 누가 있나? 그러나 지금의 참혹한 절망안에서 국민의 뜻을 다시 살펴야 한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반드시 이겨야 한다. 우리의 상대는 선동정치 천재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의장이다.

    이들과 싸워 이길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총선이 23일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 승리하자 .대한민국을 위해서 다함께 승리의 길로 나아가자.

    지금은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 몰라도 보통 소송은 길게 이뤄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 아마 김씨는 지금도 22억 소송에 시달리고 있을 듯 하다. 김씨 입장에서 보면 노 대통령만큼 미운 정적도 없을 듯 싶다. 물론 뒤집어 말하면 노 대통령 역시 김씨를 지독한 정적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김씨가 세칭 ‘극우파’ 집회에 이따금 참석했던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본다. 하나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단순한 목적이다. 두 번째는 바로 그의 정적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원한과 혐오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바로 세칭 극우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그의 과거 노동운동 경력을 희석하려는 그 나름대로의 처세술이다.

    김씨의 탁월한 처세술

    나는 김씨의 처세술을 참 대단하다고 본다. 그리고 원희룡 의원의 행보와 비교해서 생각해 볼 때 원희룡 의원이 김씨의 처세술을 좀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면도 있다. 김씨는 지난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노동운동을 했다. 김씨는 자기 스스로 ‘나는 극좌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가 보수성향이 강한 이들이 모이는 집회에 이따금 참석하는 것은 그의 과거 경력을 어느 정도 중화시키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해서 보수정당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과 친숙하게 보여 한나라당에 더욱 뿌리를 깊이 박으려는 의도가 배경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런 그의 행보는 원희룡 의원의 그것과 비교된다. 원희룡 의원은 당내 주류의 목소리와 각을 세우며 비주류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 원 의원에게 아쉬운 점은 그런 비주류 행보 때문에 당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 의원은 김씨에게 배울 점이 있는데 그것은 김씨가 보수집회에 참석하는 형태로 ‘선명성’을 보강해 한나라당 내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씨는 과거 경력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위해 싸운다는 투사 이미지와 함께 선명한 보수색을 보여주며 보수사회에서 중요한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원 의원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서는 선명한 보수색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음에 따라 무슨 주장을 하건 보수사회에서는 가볍게 다뤄지고 마치 보수사회의 천덕꾸러기인 양 대우받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원래는 사안에 따라 보수사회에서 원 의원과 같은 개혁론자들의 주장이 널리 공론화될 필요도 있는데 말이다.

    김씨는 현실 정치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군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뿌리를 굳힌 뒤 과거 자신과 인연이 있던 사람들과 관계를 복원하면 되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의 소문으로는 김씨는 과거 노동운동 시절 맺었던 인연들을 지금도 소중히 생각한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보고 김씨가 대권에 확실히 뜻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