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사람이 이효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하 강씨)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미디어몹에 올라 있는 공희준씨의 글을 보면 그 사실이 간단히 확인된다.

    보수사회에서는 공희준씨(이하 공씨)가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으므로 간단히 설명하면 서프라이즈의 논객으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상당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지난 15일 공씨는 ‘강금실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부티나는 강금실은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적합하지 않다’ 더 줄여 말하면 ‘나는 강금실이 싫어요!’이다.

    나는 강금실이 싫어요?

    공씨는 이렇게 강씨를 공격한다.

    ‘서민들 1년 봉급보다 더 많은 돈을 사건 수임료로 챙기고 밤이면 우아하게 고전무용을 즐기는 무자식 상팔자의 이혼녀’

    이러니 ‘강북주민’들이 배알이 뒤틀려 강씨를 안 찍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공씨가 강씨를 공격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씨는 강씨에게서 공명정대한 포청천의 이미지가 생각난다며 국무총리 정도가 적격이라고 말한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안 되는데 국무총리 정도는 괜찮다고 하는 논리가 앞뒤가 맞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여간 이런 주장을 한다. 그리고 공씨는 강씨가 출산율 강화 정책을 내놔봐야 대중들에게 비아냥만 들을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너나 낳으세요!’ 할 거라는 이야기이다. 

    이어서도 공씨의 강씨를 향한 공격은 계속 이어진다. 공씨는 강씨를 가리켜 ‘정치 현실에 나오자 마자 이름값 못하는 정치먹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신랄하게 공격을 퍼부어 댄다.

    그리고 공씨는 이렇게 결론을 정리한다. ‘강씨의 등장 이면에는 서민 대중과는 괴리된 노무현 정권의 여피정치’가 있으며 ‘안정된 직장에 근무하거나,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젊고 풍족한 대도시 중산계급을 지지세력의 중핵으로 배양한 자업자득이며 국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할 정치를 유복한 대도시 여피족의 한낱 오락거리로 전락시킨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홍준표 의원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올 것으로 가정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남당’의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기지 않으려면 강씨 대신 ‘강북 주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으라는 것이다.

    ‘강북 주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인물은 누구?

    그렇다면 강북 주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인물은 대체 누구일까. 현재 열린우리당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인기 있는 서울시장 후보는 강씨 뿐이다. 그리고 강씨는 강북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 않은가. 현실적으로 강북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면 전체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생각하기로는 공씨는 표현을 강북 주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으라고 요구했지만 진심은 ‘공씨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내세우라는 것이었을 게다. ‘서민들 1년 봉급보다 더 많은 돈을 사건 수임료로 챙기고 밤이면 우아하게 고전무용을 즐기는 무자식 상팔자의 이혼녀’를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찍어 주려니 어찌 ‘배알이 뒤틀리지’ 않겠는가. 공연히 강씨를 서울시장으로 만들었다가 미국 방문이라도 해서 미국 부시 대통령하고 손 붙잡고 춤이라도 추는 것을 보면 공씨는 ‘배알이 뒤틀리는’ 게 아니라 ‘뱃속 오장육부가 다 뒤집어질’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공씨는 열린우리당 대선후보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으로 결정되면 그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데 공교롭게 정씨도 강남에 산다. ‘강남’을 가장 혐오하는 공씨가 강남에 사는 정씨와 ‘강남스러운’ 강씨를 지지해야 하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재미있는 역사의 아이러니다.

    공씨는 늘 한나라당을 ‘강남당’으로 공격해 왔는데 그 이유는 강남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을 많이 지지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래서 강남의 이해관계를 위해 움직이는 정당이 한나라당이란 이야기이다. 이런 공씨의 논리대로 하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이들 가운데 소외계층이 많으니 그럼 민주노동당은 ‘빈민당’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래도 공씨의 논리는 대중들에게 잘 먹힌다. 우리 사회에 ‘가진 자 혐오증’, ‘강남 혐오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겨 버렸다. 열린우리당의 주요 정치인 가운데 두 명이 모두 ‘강남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제대로 파헤쳐 보면 강남스러운 정치인이 얼마나 더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공씨의 표현을 빌리면 ‘삼성 이사’ 출신이 열린우리당 경기지사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으니 참 재미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이 있다. 삼성 사회봉사단 사장이 이해찬 국무총리의 형 이해진씨라는 점이다. 이쯤되면 공씨의 논리로 보면 열린우리당은 ‘삼성당’이요, ‘강남당’인데 그래도 공씨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보다는 낫다고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생각해야 할 것

    한편 강북 주민들이 원하는 후보를 내라는 이런 공씨의 요구는 곧 진보적인 서울시장 후보를 내라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강씨의 지지율이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데다 어차피 공씨와 같은 반(反)한나라 성향의 유권자들은 열린우리당을 당연히 선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공씨는 당연히 열린우리당을 찍을 수 밖에 없는데 무슨 이유로 공씨의 말을 열린우리당이 들어주겠는가. 오히려 넓은 중도층, 보수층 공략을 위해 ‘강금실 카드’ ‘진대제 카드’를 고집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점을 주의깊게 보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전략은 ‘당 대 당’의 대결구도 만들기가 아닌 ‘인물 대 인물’의 대결구도 설정이다. 서울도 그렇고 경기도도 그렇고, 심지어 부산 역시 그러하다.

    2월 23일자 일요서울을 보면 부산에서 박종웅 전 의원을 열린우리당이 영입하려 한다는 기사가 있다. 박종웅 전 의원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대로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대변인격인 인물이다. 박 전 의원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에서 나오면 한나라당이 쉽게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박 전 의원의 뒤에는 YS가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 있어 이번 지방선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낮다지만 열린우리당이 인물 중심의 선거로 구도를 맞춰 나가면 한나라당과 맞서 제법 선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반노 정서’만 믿지 말고 지방선거를 철저히 준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