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이어 2006년에서도 ‘휴대전화’가 또다시 논란의 정점에 섰다. 

    이번엔 시험부정을 막기 위해 수능 시험 하루 전인 22일 '초고속'으로 개정·공포·시행된 고등교육법에 의한 휴대전화 소지자 처벌이 문제가 됐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수능 시험 도중 휴대전화를 소지해 적발된 수험생 35명에 대해 ‘내년 시험자격 박탈’ 방침을 밝힌 후 과잉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자 29일 선별 구제' 방침을 시사했다. 

    그러나 네티즌들 사이에는 ‘처벌이 과하다’는 동정론과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원칙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별 구제 방침인 ‘고의성이 없는 경우’의 기준도 모호해 이에 대한 문제제기 가능성이 크하다. 여기에 정부와 정치권이 매년 수능 이후 발생하는 이 같은 논란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당장의 비난 여론만 피해가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여당은 29일 교육부 처벌 방침에 대해 학부모 단체가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서 고의성이 없는 경우 구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여기에 한나라당도 “단순 휴대전화 소지자는 구제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열린우리당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정부와 대책을 협의하겠다”며 “법의 안정성과 국민의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대전제 하에서 구제 방안이 다각도로 조심스럽게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지병문 제6정조위원장도 “휴대전화 반입 학생에 대해 이번 시험을 무효화하고 내년 시험 자격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정봉주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MP3 소지자는 억울한 측면이 있어 구제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휴대전화 소지자 처벌을 둘러싼 논란의 원인이 교육부에 있다고 비판하며 “부주의로 휴대전화를 소지한 학생을 처벌하는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호 제5정조위원장은 이날 국회기자회견을 통해 “부주의에 의한 휴대전화 단순 소지자들을 교육부가 부정행위자로 간주해 내년 응시까지 제한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전형”이라며 “휴대전화 단순 소지자에 대한 부정행위자 간주 처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정훈 의원은 휴대폰 소지자에 대한 처벌 근거인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수능시험 하루 전인 22일에 공포․시행된 점을 지적하며 “하루 전날 시행된 법률로 수험생의 학습권․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은 수험생과 그 가족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단순 부정행위의 경우 당해 시험만 무효로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몇몇 케이스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들과 검토하고 있으며 국회 차원의 검토 의견도 많이 나왔다”고 선별 구제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나 “‘휴대전화 소지 자체가 부정행위’라고 수없이 공지를 했었다”며 “관용과 무감각, 안이한 태도로 인해 수능부정이 만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