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법, 고인 의사 상관 없이 일정 비율 유산상속 강제헌재, '형제자매 유류분' '패륜상속인 유류분'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 유류분 쟁점은 '자녀간의 상속 문제' … 헌재 "가족, 유류분 통해 긴밀한 연대 유지"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고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고인의 형제자매에게 일정 유산 비율을 보장하는 '유류분(遺留分) 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5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학대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 대한 유류분 인정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혈육에 대한 무조건적인 유류분 청구 권한을 일부 인정하지 않으면서 유류분 제도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류분 제도는 1977년 도입된 제도로 고인이 생전에 자신의 재산을 증여·유증(유언에 의한 증여)할 때 특정 상속인에게만 넘기고 사망할 경우 나머지 상속인들에게도 최소한의 상속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고인의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 것이다.

    민법은 고인의 형제자매에 대한 법정상속순위를 1순위(아들·딸), 2순위(아버지·어머니)에 이어 3순위로 두고,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되는 경우 '유류분 청구 권리'를 인정했다. 고인이 1·2순위 상속인 없이 사실혼 배우자, 혼외자, 공익재단 등 제3자인에게 재산을 넘길 경우 최선순위 상속인이 된 형제자매가 유류분 권리를 행사해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유류분 제도는 사회구조·가족제도가 변하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류분 권리를 고인의 형제자매에까지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헌재는 유류분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가족의 역할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상속인들은 유류분을 통해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상속재산 기대에 대한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고인의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 권리를 인정한 민법(제1112조 제4호)에 대해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2024년 4월 25일 선고 즉시 효력이 상실됐고, 형제자매는 상속인이 되더라도 유류분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 또 고인이 특정 형제자매에게 상속 재산을 유증할 경우 나머지 상속인들이 최소한의 상속권을 주장할 수도 없게 됐다. 

    ◆헌재, '패륜 상속인에 유류분 보장' '기여분 미인정' 헌법불합치

    상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류분 권리가 무조건 보장되는 현 제도(민법 제1112조 제1~3호)에 대해서도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법을 무효화 할 경우 발생할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법이 개정되기까지 일시적인 존속을 허가하는 결정이다.

    유류분 제도에 따르면 최선순위 상속인은 고인과의 생전 관계 등에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유류분 청구 권리를 보장받았다. 헌재는 상속인이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경우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도록 보완 제도를 둬야 한다고 보고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 판단해 국회가 2025년 12월 31일까지 민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고인을 부양하거나 고인의 재산을 형성하는데 기여한 사람에게 유류뷴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제1118조 일부에 대해서도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기여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해당 증여 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므로, 기여상속인이 비기여상속인의 유류분 반환 청구에 응해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최석규 상속 전문 변호사(회계사)(법무법인 동인)는 "유류분이 문제 되는 것은 자녀들 사이의 문제가 대부분인데, 위헌 결정된 것은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권이므로 아직 메인 이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파급력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옛날에는 아들한테 재산을 생전증여하고 사후에도 유언에 의해서 아들들에게 재산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고 딸들 같은 경우는 못 받은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문제로 소송이 많다"며 "특히 재력가 집안의 사위들이 전문직종의 인텔리들이 많아서 사위들의 반란이라고 할 정도로 소송이 잦았다"고 대답했다. 다만 "요즘에는 집안에 아이들이 한둘뿐이고 딸이든 아들이든 공평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앞으로 이런 것들이 많이 문제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어쨌든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는 것은 앞으로 사회적인 문제나 이슈가 되면 점차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시그널"이라며 "우리 후손 세대에는 문제가 많이 될 거 같지는 않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처럼 유류분 제도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변호사는 "우리도 유류분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장기적으로는 기부문화에 동참하고 재단 법인도 세우는 쪽으로 가는 것이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