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명단 반발 … 거취 표명 기자회견 취소새미래 공천 논란 … "민주 싫어 왔더니 똑같아"
  • ▲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종현 기자
    제3지대 선발주자인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놓고 내부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거대 양당 체제에서 대안 정당을 표방하며 제3지대로 뛰쳐나온 세력들이 기성 정당과 비슷한 전철을 밟으면서 부침을 겪는 모습이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21일 오후 거취 표명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했다. 그는 전날 개혁신당이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불만을 제기하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개혁신당이 발표한 비례 후보 10명의 명단에는 양 원내대표가 영입한 이창한 전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등의 이름은 오르지 못했다. 이후 양 원내대표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고위에서 처음 비례대표 순번을 확인했고 첨단과학기술인재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반면 이준석 대표의 측근인 천하람 변호사와 이기인 전 경기도의원은 각각 2번과 6번에 배정됐다. 국민의힘 시절부터 이 대표 측근으로 활동한 김철근 사무총장은 명단에 빠졌다.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은 한 언론을 통해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를 신청한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을 겨냥 "나이 드셔서 기억력이 없으신 거 같다"며 "제3당은 대부분 사무총장은 비례로 입성했다"고 비난했다.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새로운미래에서도 불거졌다. 새로운미래는 지난 18일 13명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과 순번을 공개했다. 당초 15명이었지만 최종 명단에서 8번을 받은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과 12번 박시종 당대표 비서실장의 이름이 빠지면서 내부 갈등을 짐작케 했다.

    여기에 창당 원년 멤버인 김효은 대변인은 12번을 받은 뒤 당에 불만을 제기하며 후보직과 당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7번과 9번을 받은 홍서윤 전 KBS 장애인 앵커와 서효영 국제변호사도 재심을 요구했다. 이들은 공개 오디션 결과에 따라 번호를 배정받았으나 점수를 공개하지 않은 당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가 선순위 비례 후보로 선출된 데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1번을 받은 양소영 전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장은 새로운미래 책임위원 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4번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은 책임위원을 맡고 있다. 새로운미래는 비례 정당 지지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5% 안팎의 지지율 기록하면서 비례 의석 한 두석 확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새로운미래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사전 공지 없이 개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밀실 공천이 싫어서 민주당을 탈당했는데 똑같은 일이 여기도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번 총선에서 거대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며 대안 세력을 자처한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공천 잡음'으로 두 정당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으로 계파 갈등을 촉발시켰다. 여기에 불만을 품고 당을 탈당한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새로운미래로 옮겼는데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개혁신당의 비례 공천 논란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향한 친윤(친윤석열)계의 반발을 연상케 한다. 당직자와 호남 출신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친윤계 이철규 의원의 지적에 따라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결국 비례 후보 명단을 수정까지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직능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정치권이 망각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들이다. 결국 논공행상에 따라 자리 나눠먹기가 됐다"며 "비례제의 존속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는 지난 2월 통합하겠다고 합의했으나 이준석·이낙연 대표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다 결국 갈라서게 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해온 기성 정당의 악습을 되풀이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