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회의, 경직→화기애애 분위기로 변모메시지는 野 비판보다 정책 제안에 무게
  •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예지 비상대책위원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예지 비상대책위원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형식적이고 딱딱했던 국민의힘 지도부의 회의 분위기가 편안해지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시각장애인이자 현역 국회의원인 김예지 비대위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닝에 오답까지 등장한 '비대위 퀴즈쇼'

    지난 19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깜짝 퀴즈쇼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김예지 위원이 4·10국회의원총선거가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입조심하자'는 차원에서 혐오 표현과 관련한 돌발 퀴즈를 던진 것이다.

    첫 타자는 한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은 "한 위원장님, '장애를 앓고 있다'가 맞을까요, '장애가 있다'가 맞을까요?"라고 물었고,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은 한 위원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위원은 "우리 당 회의는 정말 바로바로 하는 것 같은데요. 장애가 있다가 맞지 않겠습니까?"라며 조심스럽게 답했고, 김 위원의 "정답"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미소를 지었다. 

    질문의 부메랑은 곧바로 윤재옥 원내대표에게로 옮겨갔다.

    김 위원은 "외눈박이 같은 의견, 외눈박이 같은 견해 이런 것을 어떻게 다른 말로 고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윤 원내대표는 멋쩍게 웃으며 머뭇거렸고, 이에 김 위원의 힌트가 주어진 끝에 "편협된"이라고 정답을 외쳤다. 뒤이어 김경률 비대위원에게는 '눈먼 돈'이라는 표현을, 구자룡 비대위원에게는 '절름발이 행정' 표현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

    회의장 내 참석자들은 갑자기 시작된 퀴즈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연신 웃으며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예지 비상대책위원으로부터 수화를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예지 비상대책위원으로부터 수화를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회의장'이 아닌 '배움의 장'으로

    22일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에서는 김 위원의 '수어 특강'이 진행됐다. 데플림픽(Deaflympics·청각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수어로 다함께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김 위원은 "데플림픽 선수들까지는 너무 어려우니 저 혼자 수어로 하고 '화이팅' '힘내세요' '박수'만 배워보겠다"며 참석자들에게 수어를 알려줬다.

    한 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는 김 위원의 말과 손짓에 집중하며 열심히 배우기 시작했고, 수어로 '데플림픽 선수 여러분, 화이팅'이라고 응원의 뜻을 전했다.

    김 위원의 수어 특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일에도 김 위원은 2월3일 '수어의날'을 기념하고자 국민의힘 지도부와 함께 수어로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외에도 김 위원은 비대위 회의 때마다 유익한 이슈를 던지거나 한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이 발언할 때면 가만히 앉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끄덕이거나 수첩에 메모하는 등 경청하고, 발언이 끝난 뒤에는 "역시 우리의 김예지였습니다"라고 호응하거나 '물개 박수'로 김 위원을 격려한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의원은 "역대 총선정국에서 이러한 회의 분위기는 보지 못한 것 같다"며 "밀실공천과 공천학살에 살얼음판을 걷는 더불어민주당과는 다른 분위기라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예지 비상대책위원을 에스코트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예지 비상대책위원을 에스코트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野 비판 대신 정책현안

    기존의 국민의힘 지도부 회의는 사전에 준비한 발언을 읽는 틀에 박힌 형식으로 진행됐다. 발언 주제도 정치적인 내용이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발언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한동훈 비대위'는 주로 정책적인 발언이 중심이 되, 한 위원장도 비대위원의 말 끝에 일일이 코멘트 하는 등 회의를 풍부하게 채워가는 모습이다.

    특히 김예지 위원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국민의힘을 탈바꿈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비대위 출범 당시 김예지 비대위원 인선을 두고 구색 맞추기용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는데, 이런 모습을 통해 부정적인 프레임을 떨쳐내고 있다"며 "김예지 비대위원의 신선한 모습들은 당의 이미지 쇄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