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CBS 라디오 나와 '건국전쟁' 혹평"4.19 정신 위배, 뉴라이트사관" 평가절하김덕영 "'거짓의 이데올로기' 걷어낸 영화""어디에 잘못된 증거가 있는지 묻고 싶어"
  • ▲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좌)와 김덕영 감독. ⓒ뉴데일리
    ▲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좌)와 김덕영 감독. ⓒ뉴데일리
    '건국전쟁'을 연출한 김덕영 감독이 이 작품을 '수정주의 사관'에 입각한 뉴라이트 영화로 깎아내린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건국전쟁'은 충분한 자료와 기록필름을 토대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로, 잘못된 가설과 근거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 감독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어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진 교수님이 '건국전쟁'을 언급하시면서 화난 표정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우연히 봤다"며 "전체 맥락을 보지 못했지만 무척 강도 높은 비난에 좀 당황스러웠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감독이 거론한 라디오 프로그램은 지난 13일 방송된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로, 여기에 패널로 출연한 진 교수는 '건국전쟁'을 가리켜 △반헌법적이고 △역사 수정주의 영화이자 △역사적 기록을 조직하는 일반적 방식에서 꽤 벗어나 있는 영화라고 혹평했다.

    이와 관련, 김 감독은 "우선 말씀하신 '건국전쟁'이 4.19의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부분에 대해 저는 동의할 수 없다"며 "'건국전쟁'은 4.19의 헌법정신을 조금도 부정하지 않는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4.19로 희생된 숭고한 영혼들에 대해 마음 깊이 안타까운 심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4.19를 촉발시킨 '3.15 부정선거'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여러 가지 객관적 자료를 통해서 증명했다"며 "'3.15 부정선거'와 이 전 대통령의 무연관성을 입증하는 것이 어떻게 4.19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감독은 "4.19의 정신은 불의에 항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는 '3.15 부정선거'를 이 전 대통령이 기획하고 획책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불의'를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4.19 정신이 아닐까 한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은 처음으로 '3.15 부정선거'가 이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며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에 전념했던 민경우 대표 같은 분도 얼마 전 유튜브 방송에 나와, 이 전 대통령이 부상당한 학생들을 위로하러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사건을 거론하며 '그 자체만으로 이승만에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저는 그것이 우리 사회를 70년 동안 짓눌렀던 거짓의 이데올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김 감독은 "그런 거짓의 장막을 걷어내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 아닐까요? 그것이야말로 진정 불의에 항거하는 4.19 정신의 회복이 아닐까요?"라고 거듭 물었다.

    김 감독은 "진 교수는 두 번째로 '역사 수정주의'를 언급하셨는데, 제가 알기로 역사 수정주의는 잘못된 가설과 근거에 의해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며 "대표적으로 6.25 한국전쟁을 수정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해 '내전'이라고 규정한 브루스 커밍스 같은 학자들은 지금 새롭게 등장한 역사적 자료와 근거들로 인해 거의 학계에서 왕따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이에 "'건국전쟁'의 어디에 잘못된 증거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따져 물은 김 감독은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나름 열심히 이 전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시대를 공부했다"며 "그렇게 얻어진 소중한 기록필름과 자료들로 영화 '건국전쟁'을 구성했다"고 자부했다.

    김 감독은 "틀린 자료가 있다면 지적을 받아야겠지만 '건국전쟁'이 역사 수정주의에 빠진 영화라고 단정짓는 것은 우리가 늘 경계해 왔던 프레임의 논리에 빠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자신을 가리켜 '다큐멘터리 영화의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늘 자료와 싸움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김 교수는 "충분한 자료와 기록필름들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건국전쟁'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각오도 있었다"며 "그렇게 열심히 세상 곳곳에 있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자료들을 찾아 헤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진 교수님은 아직 '건국전쟁'을 보지 않은 것 같다"며 "영화를 한 번 봐달라. 영화를 보고 나면 조금은 화가 풀리고, 이런 영화를 만든 제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고 장문의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