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100석 미만' 패배감 짙던 국민의힘한동훈 등판 후 지지율 상승세로 자신감 회복뛰는 선수들, 공천 인한 尹-韓 갈등 2차전 우려
  •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출근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출근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지지율 훈풍이 불며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총선 필패론'이 팽배했으나 한 위원장의 86 운동권 청산론 등이 민심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선거가 두 달여 남은 만큼 여권의 내분 여부에 따라 과거 총선에서처럼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향후 성패의 관건은 '공천'이 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총선이 50여 일 남은 상황에서 변수가 있겠지만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41.8%, 국민의힘은 40.9%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조사보다 1.1%포인트 상승했고, 민주당은 3.4%포인트 하락하면서 같은 기간 양당 간 차이는 5.4%포인트에서 0.9%포인트로 좁혀졌다.

    ◆민심 확보한 국민의힘, 총선 자신감도 회복

    여권에선 총선을 앞두고 등판한 '한동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패배감이 짙던 국민의힘에서 지도부 중 1호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후 '86 운동권 청산'을 내건 한 위원장의 메시지가 여론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간 갈등, 이낙연·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등 선거를 앞두고 굵직한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국민의힘이 받으면서 뉴스를 주도하는 것도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에게 희소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위원장이 86 운동권 청산에 대한 문제와 격차 해소 등 여러 가지 시대정신을 가지고 나왔다"며 "그와 비교해 민주당은 검찰 독재라는 국민이 수긍할 수 없는 얘기를 갖고 와 있다. 그렇기에 현재 이슈 선점에서 (국민의힘이) 상당히 유리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번 총선에서 100석 미만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당 내부에서 작성된 판세 분석 보고서엔 서울 우세 지역구는 강남갑·을·병, 서초갑·을, 송파을 등 6곳 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지난해 12월 1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의 이번 총선 의석 수와 관련 "지난달쯤 제가 한 100석 언더(아래)를 예상한다고 했는데 사실 그 뒤에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결과도 있었기에 결과가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다"며 "정량적인 것들을 합쳤을 때 83에서 87(석) 사이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국민의힘이 지지율 골든크로스를 눈앞에 두며 전세(戰勢) 가 완전히 뒤집혔다. 당 지지율 상승으로 실제 현장에서 뛰는 선수들인 예비후보들은 총선 비관론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회복하고 지역을 누빌 수 있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총선에 출마하는 한 원외 국민의힘 인사는 통화에서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수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추세는 항상 맞는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지지율만 믿다가는 '어게인 2016'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훈풍이 불면서 180석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으나, '공천 파동' 등 각종 논란을 겪으며 민심이 추락했고, 결국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으로 원내 1당을 내주며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 지지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당 지지율이 높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지역 여론조사에서 후보들이 이겨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개혁신당이라는 통합 정당이 만들어지면서 유승희, 전병헌 전 의원 등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개혁신당에 합류해 출마할 경우 민주당 표를 잠식해 '6대 4' 구도로 평가되는 서울권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관건은 '공천', 잡음 없는 시스템공천시 리스크 최소화

    결국 총선 승리 관건은 공천이라는 시각이 여권 내에서 지배적인 이유다. 사천 논란을 잠재워 시스템공천으로 잡음을 최소화할 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한 위원장이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라고 천명한 만큼 자신이 주도권을 쥔 공천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의견 차로 충돌할 경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2차전'으로 확전될 수도 있다.

    한 영남권 출마자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있었을 때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에서조차 '일을 어떻게 이렇게 하냐'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만약 공천에서 컷오프된 인사들이 개혁신당으로 가면 또다시 지역이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현재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 좌우 세력이 결집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방아쇠 역할을 했지만 집권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 한다는 부분에 대해 유보층으로 빠져있던 국민의힘 지지층이 (선거를 앞두고) 다시 들어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론조사는 오차 범위라는 것이 있는 만큼 오차범위 안에서 골든크로스는 의미가 없다"며 "공천을 두고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간에 이상 기류가 흐른다는 뉴스가 나오면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전화(ARS)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3.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