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규 직무대행, 수사기록 유출로 벌금형 선고받고 사의 표명공수처장 후보 선정 연이어 무산…지휘부 공백 장기화로 '개점휴업' 상태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처장 직무대행까지 검사 시절 과오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사의를 표했다.

    지난달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연이어 물러나면서 혼란을 겪은 공수처가 '대행의 대행'까지 재차 사임하면서 또다시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10일 공수처 등에 따르면 김선규 직무대행은 검사 시절 자신이 작성한 수사 기록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지난 6일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하루 만인 7일 긴급회의를 열어 사직 의사를 표했다.

    김 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민간인 시절 시작된 자신의 엇갈린 형사재판 결과가 공수처와 공수처 구성원들에게 누가 돼선 안 된다고 판단해 사직키로 결심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비록 1심과 배치되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심에서 다툰다고는 하지만 개인 자격으로 재판받는 상황에서 중차대한 공직 임무를 함께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사직 배경을 밝혔다.

    다만 김 대행은 차기 처장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사직할 경우 내부 혼란과 동요가 커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오는 29일 정식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 대행이 사직하면 직제순에 따라 송창진 수사2부장이 처장, 박석일 수사3부장이 차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처장 공백은 공수처가 맡아온 사건뿐 아니라 앞으로 처리해야 할 주요 사건에 대한 의사 결정에 상당한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 2021년 1월21일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에 참석해 있다. ⓒ정상윤기자
    ▲ 2021년 1월21일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에 참석해 있다. ⓒ정상윤기자
    신임 처장 추천위는 '공전' 거듭..."선장 잃은 난파선"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6일 제7차 회의를 열었으나 후보자 선정에 또다시 실패했다.

    후보 2명 중 1명은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로 합의를 봤으나 나머지 1명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여권 지지를 받는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이혁 변호사가 거론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의 경우 거듭된 회의에서 4표를 받아 최다득표자 자리를 지켰으나 앞서 최근 회의에서는 3표를 받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 변호사가 4표를 받아 최다득표자에 올랐다.

    최종 후보는 추천위원 7명 중 5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선정된다. 회의를 거쳐 선정된 최종 부호자 2명이 정해지면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차기 처장으로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추천위는 심우정 법무부장관 직무대행,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여야 추천위원 각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회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야당 추천 위원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총선 출마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천위 구성은 또다시 바뀔 전망이다.

    추천위는 새로운 후보를 추가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위는 오는 29일 8차 회의를 열고 최종 후보자 2명을 다시 가려낼 예정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선장이 없는 배는 항로를 잃고 헤매다 결국 난파선이 되는 것"이라며 "지휘부 공백이 길어질수록 업무 공백 심화는 물론 조직 시스템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