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준연동형 유지, 통합형 비례정당 준비"중진의원 "총선에서 제1당 포기하겠다는 것"與 "개딸정치 못 벗어나… 정치 엉망으로 만들어"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총선을 앞두고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準)위성정당 형태의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소수정당과 연합하는 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사실상 제1당이 되기를 포기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도 "소수정당 배려라는 명분은 껍데기"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5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위성정당 반칙에 대응하면서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선거제 개편안 결정 권한을 위임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에서는 병립형을 전제로 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놓고 의견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이었다. '전(全)당원투표' 방식으로 선거제를 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에 이 대표가 직접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는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할 경우 제3지대의 몸집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반 의석 확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에 정치생명이 걸린 이 대표로서는 병립형 회귀에 기울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부 친명(친이재명)계를 포함한 80여 명에 달하는 민주당 의원이 병립형 회귀에 반대하는 등 당 안팎에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이 대표가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스스로 결정해서 '나를 따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눈치를 보다가 슬쩍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의견 발표를 미루다 놓친 것이 '위성정당 창당 금지' 입법이다. 이 법을 대표발의한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당론 채택을 요구하며 총선 불출마 카드까지 던진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여기에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도리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랬던 이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당은 위성정당 금지 입법에 노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한 것을 두고는 "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선택한 이 대표의 결정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대의적인 측면에서 대선 공약을 지킨 데 의미는 있지만, 민주당이 제1당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며 "시민사회나 소수정당들이 민주당은 (비례대표 순번) 15번 이후로 오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나중에는 손해 보는 장사"라고 꼬집었다. 

    앞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1~10번 또는 1~15번까지는 시민사회와 다른 정당을 배치하고, 그 이후 순번부터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배치하는 방식"이라며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한 바 있다. 소수정당과 민주당이 연합하는 비례정당을 만든 뒤 의석을 나눠 갖자는 것이다. 

    용 대표는 이 대표의 준연동형 비례제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용 대표는 "정권 심판과 역사의 진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해 승리를 만들어내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환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 발표과 관련 "그 제도는 왜 그렇게 계산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필연적 근거가 없다"며 "왜 5000만 국민이 이 대표 눈치를 봐야 하는가.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개딸(개혁의 딸)정치의 향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를 엉망으로 만들어가는 유혹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검은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며 "소수정당 배려라는 명분은 껍데기이고, 실제로는 의석 나눠 먹기, 의회독재를 유지하겠다는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