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정청래 대항마 김경율, 불출마 선언운동권 청산 의제 약화 우려…金 "그러진 않을 것"韓 "출마해 의견 주면 좋겠다는 마음 있지만 존중한다"
  • ▲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총선 출마소식을 전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총선 출마소식을 전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을 청산할 인물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총선 불출마로 선회하면서 한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 프레임 공격도 삐끗한 모습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외쳤다. 그는 김 위원이 자신의 이 같은 강한 드라이브에 윤활제 역할을 해줄 적임자라고 여겼다. 

    김 위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판도서 '조국흑서' 저자로 운동권을 겨냥한 대표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 위원을 직접 영입하고 전면에 내세우며 운동권 세력이 주축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지난달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서는 '사천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김경율 띄우기'에 힘을 쏟았다. 단상 위로 김 위원을 불러내 4·10 총선에서 서울 마포갑 지역 도전 소식을 전격 공개했다.

    마포갑은 민주당 내 운동권 출신 핵심 인사인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만큼 김 위원을 운동권 세력 대항마로 출격시키며 운동권 청산론에 불을 지폈다. 김 위원 역시 삼국지 속 관우가 화웅의 목을 베러 가기 전 외친 말을 인용해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김 위원의 불출마로 한 위원장의 '프레임 공격'은 동력을 많이 상실한 상황이다. 김 위원은 이를 인식한듯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노무현재단의 건축비, 정의기억연대의 보조금 문제를 언급하며 대야 공세를 펼쳤다.

    아울러 김 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운동권 청산 의제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그러진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은 "운동권 청산이라기보다는 소위 진보와 민주의 대의를 표면 상의 기치로 삼아서 자신의 사익 추구를 일삼는 민주당에 대한 문제 제기를 활발히 할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말한대로 시간이 남았으니까 더 활발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 위원장이 그를 대체할 또다른 운동권 청산 대표주자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것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고민한 부분이 그것"이라며 "마포을에 출마해서 그와 같은 뜻을 이루는 게 맞는지, 아니면 불출마하면서 하는 게 나은지 (고민했고) 불출마하면서 몸을 가볍게 하는 게 훨씬 낫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김 위원의 사퇴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마해서 의견을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본인 생각이 강했다"며 "아시다시피 김 위원은 누구의 얘기를 듣는 사람이 아니다. 그뜻을 충분히 이해해서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