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유예 급물살 탔지만 강경파가 틀어꼬리가 몸통 흔들어…"운동권 마키아벨리즘 보여줘"
  • ▲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앞에서 정의당과 노동계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향하는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연합뉴스
    ▲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앞에서 정의당과 노동계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향하는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2년 유예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치'를 정부·여당이 수용했지만 민주당이 결국 협상안을 거부했다.

    1일 오전까지만 해도 여야는 극적인 합의를 이루는 듯했다. 민주당이 그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던 산안청 설치 요구에 대통령실이 이날 "수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간접적으로 피력한 데 이어, 여당에서도 "조사 권한을 제외한 예방·지원 조직으로 설치하는 것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혀서다.

    애초 민주당은 산안청 설치를 유예 조건으로 내걸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에도 "(유예 협상의) 핵심은 산안청 설치" "(유예 시) 2년 간 가장 중요한 것은 산안청 설립"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제1당 원내 협상의 수장이 꺼낸 협상 카드는 한나절 만에 공염불이 됐다. 이날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강경파'의 거센 반발이 나와 협상이 무산된 것이다.

    이와 관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총선 때 양대 노총 지지를 얻고자 800만 근로자의 생계를 위기에 빠뜨렸다"며 "운동권 특유의 냉혹한 마키아벨리즘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마키아벨리즘은 마키아벨리의 저서인 <군주론>에서 유래된 용어로,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격을 뜻한다. 

    이 같은 극단적 강경파가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빠르게 득세한 것은 문재인정부에서부터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뒤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속도전'은 민주당 강경파 초선모임인 '처럼회'가 주도했다. 검수완박 처리를 위해 처럼회 소속 의원은 '꼼수탈당' 논란을 일으켰고, 문재인정부는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식물 수사처'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마저 탄생시켰다.

    문 정부에서 자행된 '이념정치'는 대한민국을 갈라치고 양극화하는 근간이 됐다. 이로 인해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강경정치'는 날개를 달았다.
  • ▲ 1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후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1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후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강경정치의 자양분은 다름 아닌 '개딸'(개혁의 딸)과 같은 팬덤에서 비롯된다. 팬덤은 친명(친이재명)계가 주도해 양성하고 있다. 이들의 발언권이 커질수록 '당심'과 '민심'의 괴리도 커지고 있다.

    팬덤정치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현상)의 대표적 현상이다. 다수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맹목적 목표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파괴력을 지닌다.

    비명(비이재명)계 한 의원도 이 지점을 우려했다. 이 의원은 "팬덤은 본질을 외면한 채 지엽적인 것에 집착한다는 견지망월(見指忘月·달을 보라고 손을 들어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본다)의 표본"이라며 "현재 민주당은 배가 산으로 가도 함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이 크게 작용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소수 강경파에 휘둘리는 현상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예일대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는 저서 <집단사고의 희생자들(Victims of Groupthink)>에서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비판적 사고 없이 한목소리에 끌려가다 무모한 실수를 저지르는 현상을 '집단사고'라고 정의했다. '집단지성'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다.

    집단사고는 결속을 강요하는 집단 분위기, 외부 의견의 철저한 차단, 긴급사태로 인한 위기감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재니스는 진단했다. 잘못된 도덕적 우월성과 집단에 의문을 품거나 이견을 가진 이를 적대하는 성향을 드러내면서 집단 전체가 함께 휩쓸리게 된다는 부작용은 덤이다.

    민주당 계열 정당의 우상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작금의 상황을 지켜봤다면 뭐라고 할까. 한 정치평론가는 노 전 대통령의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를 꼽았다. 강경파에 휘둘리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