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투입해 중대재해 취약 기업 지원…위험사업장 8만곳 선정안전보건관리 역량 확충 위한 컨설팅·교육·기술지도 등 지원키로중대법 2년 유예안 협상 지지부진…정부 대책에 민주당 화답 관건
  • ▲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위해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안'을 내놨다.

    직간접적으로 1조2000억원을 들여 83만여개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고, 8만개 이상 위험사업장을 선정해 컨설팅·인력·장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과반 의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선결 조건을 일부 해소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의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정부, 83만곳 안전진단 등 중대재해 지원대책 마련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당정협의회 후 "당장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면 재해 감소보다 폐업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2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되 80여만개에 달하는 기업에 충분히 지원하고 준비하는 게 경제를 살리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에는 5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경영책임자 등은 도급, 용역, 위탁 등을 받은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도록 했다.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은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내년 1월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영세 사업자의 경우 준비 기간이 부족한 데다 안전 전문인력 등을 두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법 적용을 유예해달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당정은 내년에 1조2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중대재해 취약 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실행하기로 했다.

    먼저 관계부처와 공공기관 및 협력업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추진단을 꾸려 50인 미만 전체 사업장 83만7000여개를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 진단 결과 중대재해 위험도가 높은 중점 관리 사업장 8만개를 선정해 맞춤형 컨설팅과 시설개선, 전문인력 배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에 1200억원을 투입해 31만6000개 사업장에 대해 안전보건관리 역량 확충을 위한 컨설팅, 교육, 기술지도 등을 지원한다. 특히 오는 2026년까지 교육 학과 신설과 자격 확대를 통해 건설현장 등에 필요한 안전 분야 전문인력 2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또 내년 중 9300억원을 투입해 2만4000개 사업장의 노후시설과 위험공정 개선을 위해 정기 저리 융자를 확대하고 1만7000개 사업장에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주도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업종별 안전매뉴얼 보급 등 산업재해 예방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2년 유예법 과반 의석 민주당 동의 관건

    당정이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을 내놓은 것은 해당 법안 2년 유예를 위해선 과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협조가 필수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9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는 '2+2 협의체'에서 해당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이견만 확인하는 상태다.

    민주당이 논의 조건으로 △정부 공식 사과 △구체적인 계획 및 재정지원 방안 △정부·경제단체의 2년 뒤 반드시 시행 약속을 제시한 바 있는 만큼 당정이 이번에 내놓은 대책으로 여야 협상에 진전이 있을 전망이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산업현장을 안전하게 함과 동시에 기업이 본업을 영위해나가는 데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당정 회의에 참석한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도 "50인 미만 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면 크고 막막한 벽"이라며 "중소기업계는 앞으로 (법이 적용이 유예되는) 2년이 중대 재해 감축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심정으로 정부 대책에 발맞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당정 회의장 앞에선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유족 김미숙씨 등 5명이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지난 2020년 12월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미숙씨에게 "야당(국민의힘)이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법안 지연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그러자 김씨는 "여태까지 여당(민주당)이 많은 법을 통과시켰는데 왜 이 법(중대재해처벌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하냐"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