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부겸 전 총리에 공동선대위원장 제안… 총선 직접 지휘김부겸 측근 "이재명 편들어 달라는 것… 분열됐는데 무슨 선대위냐"이낙연·정세균, 비공개 조찬… 정세균·김부겸 "신당에 동의 안 해"
  •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저녁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거룩한 기다림'의 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저녁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거룩한 기다림'의 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3명(이낙연·정세균·김부겸)의 전직 총리 간 연대 가능성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들은 연쇄 회동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현안에 따른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견제하는 모습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6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정세균 전 총리와 1시간 동안 비공개 조찬을 가졌다. 이 전 대표는 공지를 통해 "두 사람은 국가와 민주당의 문제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적절한 상황이 조성된다면 김부겸 전 총리를 포함한 3총리 회동을 추진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적절한 상황'과 관련 "이재명 체제에 대한 대안이나 통합비상대책위원회 재건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신당 창당을 시사한 상황이다.

    정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와 만남에 앞서 지난 24일 김 전 총리와도 비공개 조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비명계를 대상으로 한 민주당의 불공정한 공천과 이 전 대표를 향한 현역의원들의 조롱에 불편함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내년 초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지만 정·김 전 총리의 합류 가능성은 미지수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정·김 전 총리는 신당 창당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세 명의 전직 총리가 지금의 민주당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회동에서 신당 창당을 비롯해 이 대표 체제에 대항할 구체적 수단과 방안을 모의할 것으로 보인다.  

    친낙(친이낙연)계로 꼽히는 민주당 한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가 걸림돌이기 때문에 우리끼리 뭉치자는 차원에서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 대표를 끌어내고 비대위 체제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직 총리들이 뜻을 모을 경우 비명계 연대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민주당 내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계 모임 '원칙과상식'도 이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이 대표에게 전향적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연말까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전제로 하는 '통합비대위'보다 '통합선대위'를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 인사를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시키고 자신이 총선을 지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김 전 총리를 만나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정 전 총리와 만남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예전부터 당의 리더급 인사들이 복수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의 역량을 총집결했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이 그랬다"며 "당연히 김부겸·정세균·이낙연 전 총리도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신당 창당을 밝힌 이 전 대표와 관련 "지난주부터 (인터뷰할 때) 톤이 좀 달라졌다"며 "이 전 대표에게도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안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 대표가 연초나 연말쯤 이 전 대표를 만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당이 분열된 상태에서 무슨 선대위원장이냐"며 "이재명 대표는 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우겠지만 한마디로 내 편 들어 달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야합할 분이 아니다"라고 단언한 이 인사는 "이 대표가 당의 화합을 위한 노력을 해 놓고 제안하면 모르겠지만 비명계가 친명계를 비난하고, 공천학살이 이뤄지는데 무슨 통합선대위가 되겠느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