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리얼라이브', AI로 김혁건 '리즈 시절' 완벽 재현오는 26일 '디지털 트윈'과 '더 크로스' 합동 공연 방송
  • ▲ 지난 19일 방영된 JTBC 신개념 음악 프로그램 '리얼라이브(RE-ALIVE)' 화면 캡처.
    ▲ 지난 19일 방영된 JTBC 신개념 음악 프로그램 '리얼라이브(RE-ALIVE)' 화면 캡처.
    지난해 고인이 된 아티스트들의 음성과 신체를 AI 기술로 복원한 뒤 AI 가수와 실제 가수들의 '확장현실(XR) 공연'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던 JTBC '얼라이브(ALIVE)'가 '리얼라이브(RE-ALIVE)'로 돌아왔다.

    지난 19일 첫 방영된 '리얼라이브'의 주인공은 11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비운의 가수 김혁건(42).

    제작진은 고인을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으로 구현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지금도 활동 중인 김혁건의 전성기 시절 음역대와 신체를 그대로 복원하는 이른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 시즌 고(故) 임윤택의 '확장현실 공연'을 본 김혁건으로부터 '나도 AI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제작진은 김혁건을 직접 만나 3옥타브를 넘나들던 과거의 '목소리'뿐 아니라 젊은 시절의 외형까지 AI 기술로 복원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날 방송에선 김혁건이 AI 제작 의뢰를 하게 된 안타까운 사연과, 김혁건이 몸담은 그룹 '더 크로스(The Cross)'의 이시하, 프로듀서로 합류한 가수 더원과 함께 신곡을 만드는 과정 등이 그려졌다.

    김혁건과 이시하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더 크로스'를 결성하게 된 계기와 활동 시절 에피소드, 오토바이 사고를 겪은 후 혹독한 재활 과정을 거쳐 다시 노래를 부르게 된 사연을 공개했다.

    과거 'MBC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김혁건을 처음 봤다는 이시하는 "박차가 달린 긴 부츠를 신고, 늘 카우보이 모자를 쓰는 친구였다"며 "인상이 별로 안 좋았다"고 말했다.

    김혁건은 "그때 만난 이시하는 머리가 길고 음침하게 생겼었다"며 "서로 싫어했었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쉬즈 곤(She's Gone)'을 잘 불렀다" "작·편곡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였다"고 서로를 칭찬하며 강렬했던 그 시절 '첫인상'을 떠올렸다.

    당시 이들을 지도했던 기타리스트 이태선은 "아카데미에 들어오자마자 눈에 띄는 친구들이었다"며 "한 명은 음악적으로 미친 놈이었고, 다른 한 명은 노래 고민에 빠져 있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끌린 김혁건과 이시하는 그룹을 결성했고, 한 노래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더 크로스'의 데뷔 앨범을 제작한 김남형 GF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시하가 '돈크라이(Don’t Cry)'를 가져왔을 때 무조건 잘될 줄 알았다"며 "당시만 해도 '엑스재팬(X-JAPAN)' 풍의 노래가 없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자신했었다"고 말했다.

    '더 크로스'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부활'의 김태원은 "당시 데모를 들어보고, '축하한다' '너희들의 미래가 보인다'고 '더 크로스' 멤버들에게 말해줬다"며 "김혁건의 고음은 우아했다. 노래를 워낙 잘하니까…. 과거 이승철과 나를 보는 것 같았다"고 칭찬했다.

    예상대로 '더 크로스'의 데뷔 앨범은 대박이 났다. '돈크라이'가 10~20대 남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김혁건은 몰려드는 팬들 때문에 공중 화장실 밖을 못 나갈 정도로 높은 인기를 체감했었다고 회상했다.

    '돈크라이'가 소위 '노래방 도장깨기' 곡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더 크로스'의 이름은 알려졌지만 김혁건은 소속사 대표와 심한 갈등을 겪은 뒤 팀을 나와 독자적인 활동을 했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친 김혁건은 김남형 대표와 화해한 뒤 이시하와 함께 다시 '더 크로스' 앨범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악재가 터졌다. 2012년 3월 26일 밤 11시경 김혁건이 타고 가던 오토바이가 반대편 차선에서 예측 출발한 자동차와 정면 충돌하는 사고가 벌어진 것. 이 사고로 목이 부러진 김혁건은 어깨 아래로는 감각이 없고, 움직이지 못하는 사지 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김혁건의 부친은 "그날 밤 '아버님이 20분 내로 안 오시면 (아드님의) 얼굴을 못 보실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 대형사고가 터졌음을 알았다"며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시하는 "사고 소식을 듣고 주스 세트를 사들고 병원에 갔다"며 "혁건이가 손으로 못 잡는 것도 모르고 간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혁건은 "고통받는 시간이었다"며 "온몸으로 발버둥 치고 싶었지만 안 되고, 눈물만 흘리고…, 스스로 삶을 끊을 수도 없는 신체상태였다"고 털어놨다.

    김혁건의 부친은 "혁건이는 노래를 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었다"면서 "옆에서 계속 '넌 할 수 있어'라는 노래를 들려주며 혁건이를 응원했다"고 말했다.

    김혁건은 "그때 '넌 할 수 있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다시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노래 가사가 누워 있는 저의 마음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결국 아버지와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배를 눌러 복식호흡을 도와주는 '복압기'를 개발해 다시 노래를 부르게 됐다는 김혁건.

    당시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김혁건의 모습을 처음 본 가수 홍경민은 "굉장히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그렇게 장비를 개발해 노래를 하는 모습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김태원은 "그런 장치까지 만들어 노래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정신력과 열정"이라며 "그게 한 페이지가 됐고, 이제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타킹'에서 화제를 모은 김혁건은 2020년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3'에 출연하게 됐는데, 현장에서 무리하게 '돈크라이'를 부르다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어깨 아래로 감각이 없는 김혁건은 "녹화 당시 '몸에 힘이 없다'는 얘기를 시하에게 했는데, 검사 결과 이미 골절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 상태로 노래를 부른 것"이라고 떠올렸다.

    김혁건은 "그렇게 연습한 지 8년째인데, 이제 (체력적으로) 한계치까지 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대로 얼굴 없는 가수나 녹음형 가수가 돼야 하나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고(故) 임윤택의 AI 가수가 실제 가수들과 공연을 펼치는 장면을 TV로 본 김혁건은 "저도 서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리얼라이브' 제작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제작진과 김혁건의 '디지털 트윈'은 물론 신곡 작업까지 하기로 합의한 '더 크로스'는 프로듀서로 참여한 가수 더원을 만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김혁건은 "한창 병원에서 힘들 때 MBC '나는 가수다'에서 더원 선배님이 부른 '지나간다'를 많이 들었다"며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으로 정말 큰 힘이 됐던 노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신곡이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려 주는, 듣고 있으면 뜨겁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전달하는 노래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감성'으로 하나가 된 세 사람은 즉각 신곡 작업에 돌입했고, '더 크로스'가 만든 '바람의 시'와 '너에게 닿기를'이라는 노래를 녹음했다.

    김혁건은 "제가 얼굴 피부만 느낌이 있는데, 바람이 얼굴에 느껴질 때마다 '그 사람'이 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얼굴로 너의 이야기와 숨결을 느끼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노래가 바로 '바람의 시'"라고 소개했다.

    더원은 이 노래에 대해 "숙성됐다는 느낌"이라며 "많은 시간과 상황, 경험이 있는 가사다. 김혁건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감정과 능력이 예전보다 서너 배는 좋아진 것 같다"고 호평했다.

    이시하는 제작진과의 마무리 인터뷰에서 "혁건이랑 완주하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고, 김혁건은 "시하는 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해준 친구"라며 "저에겐 없으면 안 되는 존재다.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혁건은 "앞으로도 음악으로 행복을 전하는 그런 음악을 하는 그룹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지난달 21일 김혁건과 김혁건의 '디지털 트윈'이 협연하는 녹화공연을 서울 모처에서 진행한 제작진은 오는 26일 오후 10시 50분 해당 공연을 JTBC에서 방영할 계획이다.

    '더 크로스'의 신곡 발표 무대이기도 한 이 공연에는 '더 크로스'의 신곡 프로듀서를 맡은 더원을 비롯해 박기영·루나·엔플라잉·이무진 등 실력파 가수들도 참여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날 더원과 루나는 '더 크로스'의 '당신을 위하여'와 '블루 스토커(Blue stalker)'를 커버했고, 이무진과 엔플라잉은 '더 크로스'의 '희망'과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불렀다. 또 루나와 박기영은 '더 크로스'의 신곡 '바람의 시'와 셀린 디온(Celine Dion)의 '더 플레이어(The Player)'를 각각 김혁건과 듀엣으로 열창했다.
  • ▲ 지난 19일 방영된 JTBC 신개념 음악 프로그램 '리얼라이브(RE-ALIVE)'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