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공약으로 '위성정당 금지' 내세웠지만 '침묵'이탄희 '험지 출마' 시사하며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촉구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음에도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그동안 우리 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사수하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다음 총선에서 저의 용인정 지역구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금지법 채택과 관련한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며 험지 출마를 시사한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계파와 상관없이 이 대표에게 '위성정당 금지'와 관련한 견해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인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국민께 정치개혁을 약속했는데 당 지도부가 지금 병립형 비례를 가지고 국민의힘과 곧 야합을 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며 "이 대표의 결단을 기다리겠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비이재명)계 모임 '원칙과상식'은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이 대표는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결단해야 한다"며 "이재명 지도부가 그 수많은 약속을 어기고 선거법 야합에 나선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걸고 민주당의 뜻 있는 의원들과 힘을 합쳐 막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위성정당을 금지하는 등의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위기극복 국민통합 선언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비례대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랬던 이 대표가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을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당내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을 주장하는데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는 이 대표가 최근 당내 반발에도 '대의원제 축소'를 밀어붙인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대의원제 축소와 관련, 민주당 일각에서는 "'개딸(개혁의딸)'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이 대표는 27일 "점진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점을 이해하고 용인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8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대의원제 축소 등 당내 선거에 대한 룰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다 보니까 선거제 개편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근 민주당이 제작한 내년 총선 시뮬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비례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을 포기할 경우 국민의힘에 비례대표 의석수 20~35석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 밖에서도 비슷한 결과 나왔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시뮬레이션과 같은 전제 상황에서 민주당은 비례대표 0석, 국민의힘(위성정당)은 26석을 얻게 된다고 나왔다.

    민주당 내 다수는 병립형 방식의 선거제 회귀를 원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야당이면서 제1당이니까 힘을 갖고 있지만 위성정당까지 빼앗기면 우리는 숨도 못 쉬고 살아야 한다"며 "당내 최소 60% 의원들은 병립형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준연동형비례제는 거대 양당정치를 극복하고 소수정당의 의석 보장을 위해 21대 총선에서 처음 실시됐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를 써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가 대선후보 시절 위성정당 금지를 약속하고, 위성정당 난립으로 피해를 본 정의당(심상정 의원)에 거듭 사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내년 총선 승리가 가장 큰 목적인 이 대표로서는 제1당을 빼앗길 우려가 있는 '위성정당 방지법'을 섣불리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29일 내일 의총이 예정돼 있다"며 "의총에서는 많은 의원들의 자유발언을 통해 선거법과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