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 ↔ 지도부 '중진·윤핵관 험지 출마' 놓고 갈등 심화김기현 "총선은 단편예술 아닌 종합예술… 여러 안건 녹여내겠다"혁신위 '조기 해체론' 이어 '회의 중단' 잇달아 강수… 힘겨루기 양상
  •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된 혁신위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된 혁신위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의 냉대에 이어 자중하라는 압박을 받으면서, 출범 당시 국민적 기대를 받았던 것과 달리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입지가 불안해진 혁신위는 '조기 해체론' 거론에 이어 '회의 중단' 카드라는 강수를 꺼내 들며 존재감을 키우고, 동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14일) 밤 온라인으로 진행된 혁신위 회의에서 "12월까지 회의를 중단해 혁신위가 제시한 혁신안 및 권고안에 대한 응답을 이끌어내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혁신위의 광폭 행보에 불편함을 느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혁신위를 정조준해 "권한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정제된 언행을 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띄운 데 따른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이 같은 혁신위의 잇따른 강수의 배경에는 국민의힘 내에서 수위를 조절하라는 취지의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요한 위원장과 혁신위가 템포를 조절했으면 좋겠다"며 "갈 데까지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주말 여원산악회 행사에서 세 과시와 함께 "알량한 정치 인생을 연장하면서 서울에 가지 않겠다"며 혁신위 권고안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처럼 혁신위의 행보를 견제하며 힘 빼기가 가시화하자 혁신위는 존재감을 과시하며 추후 행보를 위한 활로 마련을 본격화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시그널'이 있었다며 건재함을 내세웠다. 인 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전화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직접 만남은 아니었지만 간접적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며, 당 혁신안과 관련해 "(대통령이) 개입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언급했다.

    불만이 이어지는 '당 지도부·중진·윤핵관 불출마 권고안'을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를 계기로 혁신위와 국민의힘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우리 혁신위가 당 체질을 개선하고 당 면모를 일신하는 데 있어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당연히 존중한다"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고, 그것이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차 불편함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이어 "총선은 단편예술작품이 아니라 종합예술작품인 만큼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예술 차원에서 잘 지휘해나갈 것"이라며 "총선 관련 당의 여러 기구가 있기 때문에 기구들에서 혁신위의 안건을 잘 녹여내고, 그게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결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지도부를 잘 이끌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상 혁신위가 제시한 2, 3호 혁신안과 윤핵관 등의 거취 관련 권고안을 지도부가 직접 수용하기보다 공천관리위원회 등에 넘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혁신위는 혁신안에 따른 지도부의 응답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호응을 계속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 해체' '회의 중단' 등 국민의힘에 위기의식을 심어주는 초강수를 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인 위원장의 사퇴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혁신안에 빨리 응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기현 지도부가 서울 강서구청장보궐선거 참패 후 스스로 혁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의욕적으로 출범한 혁신위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혁신 의지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 지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혁신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당 지도부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좀 필요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른 기구로 넘길 경우 혁신안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맞는지 고심이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