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변인 성명 발표 "러 CTBT 비준 철회에 깊은 실망"미국·유럽연합(EU)·CTBT 등 국제사회, 일제히 유감 표명
  • ▲ 러시아가 핵무기 실험을 금지하는 조약 비준 철회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미국 정부는 2일(현지시간)
    ▲ 러시아가 핵무기 실험을 금지하는 조약 비준 철회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미국 정부는 2일(현지시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모스크바 노보오가르요보 관저에서 정부 고위급 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정부가 러시아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 비준 철회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는 3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모든 종류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은 핵확산 및 핵군비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국제사회의 사실상 보편적 지지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어 "정부는 러시아가 2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의 비준을 철회한 것에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하며 비준 철회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의 조속한 발효를 위해 조약 부속서 II 상의 모든 발효요건국의 조속한 서명·비준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1966년 유엔총회에서 제정된 CTBT는 대기권, 외기권, 수중, 지하 등 모든 지역에서 모든 종류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국제 핵군축·비확산 조약이다.

    현재 기준 187개국이 서명하고 178개국이 이 조약을 비준했지만,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1996년 조약 문안이 확정됐을 당시 원자로 운영국이었던 44개국(부속서 2 국가) 가운데 8개국이 비준하지 않아 준비위원회(PrepCom)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8개국 가운데 중국·이집트·이란·이스라엘·미국은 비준하지 않았고, 북한·인도·파키스탄은 서명도 하지 않았다. 한국은 1996년 9월 서명하고 3년 뒤인 1999년 9월 비준했다. 

    러시아는 1996년 이 조약에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지만, 지난 2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연설에서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조약에 서명(1996년)은 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하는 게 가능하다"며 CTBT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핵질서를 위협하는 '불량국가'들에 대비하기 위해 CTBT를 비준하지 않은 미국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뒤늦게 입장을 바꾼 것이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약 2주 만인 지난달 17∼18일 3차 독회(심의)에 걸쳐 CTBT 비준 철회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달 25일 상원도 만장일치로 이 법안을 승인했다.
  • ▲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앤드류공군기지에서 이스라엘로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앤드류공군기지에서 이스라엘로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국제사회는 일제히 깊은 우려를 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불행히도 이(러시아의 CTBT 비준 철회)는 우리를 CTBT 조약 발효 쪽이 아닌,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중대 행보"라며 "러시아의 조치는 국제 군비통제체제에 대한 신뢰를 후퇴시키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핵무기 폭발 실험과 CTBT와 관련한 러시아의 최근 발언의 무책임함을 계속 강조할 것"이라며 "미국은 CTBT 발효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침략전쟁, 그리고 핵실험 재개 언급 등 수개월 동안의 무책임한 핵 수사와 위협 속에 이뤄졌다"며 "조약 비준을 철회하려는 러시아의 부당한 의도는 현재 진행 중인 비확산 및 군축 노력을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CTBT는 "러시아의 이번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고 심히 유감스럽다. 이번 결정은 CTBT 발효를 위한 전 세계의 새로운 결의에 반하는 것이다. 핵실험을 종식하려는 노력은 거의 보편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우리(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임무인 핵실험 없는 세상을 이루겠다는 사명에 깊이 전념하고 있다"고 VOA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