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프랑스 라팔 42대 구입… 미 F-15EX 전투기 구매 위해 MOU 체결방사청 "인니 내부적으로 미납 분담금 납부 계획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
  • ▲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 6호기가 20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ADEX 2023(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 6호기가 20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ADEX 2023(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10월까지 KF-21 개발비용 분담금 납부 계획을 우리나라에 제출하기로 했던 인도네시아가 또다시 약속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인도네시아로부터 KF-21 분담금 납부 계획이 제출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10월 말까지 1조원에 달하는 KF-21 개발비용 미납금 납부 계획을 방사청에 전달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오늘 기준으로 제출된 것은 없다"며 "인도네시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저희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엄동환 방사청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분담금 납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최후통첩을 하고 귀국했다.

    엄 청장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방사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도네시아) 국방부장관과 비서실장에게 현 상태로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엄 청장은 이어 "2024~26년 3년간 믿을 수 있고 실제 실행이 가능한 계획을 10월 말까지 제출해주지 않으면 사업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인도네시아에 말했다"면서 "(인도네시아 측이) 대통령 보고 후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10월 말까지 제출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월 마지막 날까지 인도네시아로부터 어떠한 계획도 제출받지 못한 것이다.

    KF-21(인도네시아명 IF-X)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는 2016년 1월 KF-21 개발비의 20%인 약 1조70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대신 우리나라로부터 시제기 1대를 전달받고, 전투기 48대를 현지 생산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2019년 1월까지 2272억원을 납부한 뒤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4년 가까이 분담금을 내지 않았다. 국내에서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해 11월 94억원에 이어 지난 2월 417억원만 추가 납부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의 미납금은 1조원에 달한다.

    더욱이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의 미납금 독촉에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우리나라는  2021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방사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을 통해 총 29차례에 걸쳐 인도네시아 측에 미납 분담금 납부를 촉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투기 개발에 차질을 우려한 우리나라의 수십차례의 독촉에도 인도네시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인도네시아는 프랑스·미국과 손을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의 4.5세대 전투기인 '라팔' 42대를 구입하기로 결정했으며, 미국산 F-15EX 전투기 24대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에 지나친 낙관론을 견지하다 뒤늦게야 심각성을 인지한 방사청이 사실상 인도네시아에 놀아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방사청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내부적으로 관련 부처 간 미납 분담금 납부 계획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업 영향성을 고려해 필요 시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엄 방사청장이 언급한 '사업 원점 재검토'와 관련해서는 "다각적인 방향으로 검토는 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