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송갑석' 자리에 '친명 박정현' 최고위원… 이재명 "그분이 친명이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석이던 지명직 최고위원에 친명계인 박정현 전 대전시 대덕구청장을, 정책위 의장에 호남 출신 3선 비명계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다.

민주당은 27일 이 같은 인선 결과를 전하면서 "충청 출신의 박정현 최고위원과 호남 출신의 이개호 정책위의장의 인선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고 밝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친명계인 박 최고위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 이 대표가 당무 복귀 후 '통합'을 강조한 것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최고위원은 충청 출신으로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해왔으며,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박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욕을 참고 있다"고 적었다. 아울러 "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 망연자실 했다"며 "자당의 대표를 검찰정권에 밀어넣은 자들을 더이상 국민의 대표로 세울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에서 친낙(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영순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대전 대덕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지명직 최고위원직은 비명계 호남 재선인 송갑석 의원이지만, 이 대표가 친명계 충청 인사를 임명하며 사실상 '비명계 지역구 찍어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 회의 후 '박정현 최고위원을 임명한 것을 두고 비명계의 우려와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그분이 왜 비판의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분이 친명이냐. 저도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유능한 분들이고 여러 고려점이 있었다"며 "역할을 잘해 주실 것이라 본다"고 부연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 최고위원이 현역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한다는 지적에 "당에 워낙 현역의원들이 지역구에 많아 특별히 그런 부분을 감안한 것은 아니다"라며 "충청권 대표 여성 정치인이라는 관점에서 봐 달라"고 강조했다.

비명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인선 결과를 두고 "이재명 대표하에 사라진 통합과 소통, 원칙과 공정을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고 개탄했다.

이 의원은 "박정현 최고위원은 다음 총선 때 수박 당도 0인 혁신계, 이른바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 출마를 공식화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도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박정현 최고위원을 그 자리에 앉힌 이유가 무엇인지 누구나 알 것"이라며 "박영순 의원을 찍어내기 위함이 아니라면 박정현 최고위원의 불출마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선을 매듭지은 민주당은 오는 11월1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 의장 임명안을 인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