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9일 개최, 정경화·손민수·김태형·박혜상·카잘스 콰르텟 등 공연 '풍성'
  • ▲ '2023 포항음악제' 폐막 공연.ⓒ포항문화재단
    ▲ '2023 포항음악제' 폐막 공연.ⓒ포항문화재단
    바다의 내음을 품고 돌아온 '2023 포항음악제'가 다채로운 클래식과 함께 많은 이야기와 감동을 남기며 내년을 기약했다.

    2021년 '기억의 시작'으로 출발한 포항음악제는 2022년 '운명, 마주하다'에 이어 올해는 3회째를 맞아 '신세계?신세계!(A NEW WORLD? THE NEW WORLD!)'란 주제 아래 국·내외 최정상급 연주자들이 모여 실내악의 향연을 펼쳤다.

    '포항음악제'는 지난 3일 피아니스트 손민수의 협연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스탠딩 무대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축제 기간 세계적인 현악사중주단 카잘스 콰르텟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공연을 보기 위해 포항시를 처음 찾은 음악 애호가들의 발걸음도 눈에 띄었다.

    1회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포항 출신의 첼리스트 박유신(33)은 "신생 음악제일수록 연주의 질과 프로그램 수준이 중요해 최고의 연주자들을 섭외했다"며 "다른 축제와 구분되면서도 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현악기 중심의 특화된 프로그램과 출연진을 꾸준히 선보이려고 한다"고 전했다.
  • ▲ '2023 포항음악제' 개막 공연.ⓒ포항문화재단
    ▲ '2023 포항음악제' 개막 공연.ⓒ포항문화재단
    이번 축제는 예년보다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포항문화재단은 산과 바다, 자연과 산업이 어우러진 포항시를 문화도시로 확장해가기 위해 포항시와 관내 기업, 경상북도의 지원을 받아 음악제를 진행했다.

    신예슬 음악평론가는 "포항음악제는 예술감독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 현악 레퍼토리에서 큰 강점을 보였다. 익숙한 고전도 있는 반면에 실연으로 처음 듣는 프로그램도 있어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발견의 즐거움도 컸다. 무엇보다 한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연주자들의 존재, 그들의 몰입도 높은 연주였다"고 말했다.

    손민수·조성현·토비아스 펠트만·김홍박 등 현악·건반·관악의 조화로 만들어낸 재즈·클래식 공연, 자주 무대에 오르지 않는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 현악 앙상블과 소프라노(박혜상)가 채운 레스피기·슈베르트의 가곡은 음악제 감상의 폭을 한층 넓혔다.

    9일 마지막 공연  '춤의 제전'에는 멘델스존·바르기엘 현악8중주를 연주자 10명과 무용수 8명이 어우러져 여느 축제의 폐막과는 차별화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최수진 안무가는 "멘델스존 무대에서는 찬란한 빛과 에너지, 끊임없는 이야기가 느껴지도록 했고, 바르기엘에서는 계속 나아가는 뿌리의 힘, 땅 속의 깊은 에너지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 ▲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피아니스트 김태형 공연.ⓒ포항문화재단
    ▲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피아니스트 김태형 공연.ⓒ포항문화재단
    음악제는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의 놀라운 울림이 더해지며 무르익었다. 발코니가 없는 963석 규모의 대극장은 솔로 리사이틀, 실내악, 오케스트라 규모 등 소리의 굴절 없이 앞 좌석부터 맨 뒷좌석까지 울림이 잘 전달된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매년 음악제에 참석한 톤 마이스터 최진 감독은 "포항문화예술회관은 별도 확성 없이 클래식 악기의 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음향을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출연 아티스트의 특별 무대를 마련한 '포커스 스테이지' △도서관, 미술관, 체인지업 그라운드 로비 등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음악회’ △포항 출신 음악가를 소개하는 '아티스트 포항' △마스터클래스 등은 '문화도시 포항'의 순수예술 진흥 프로젝트로 계속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는 "바다와 제철소가 있는 도시 포항은 호연지기의 도시였다. 눈 앞에 펼쳐진 풍광에 힘이 있었고 스케일이 컸다. 이곳에서 열린 포항음악제의 첫인상은 그에 비해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빼어난 실력의 연주가들이 저마다 마법 같은 연주로 뜨거운 공감을 자아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