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머리색만 달라졌을 뿐 얼굴은 단식 이전과 비슷개딸 "극우세력에 맞서 이재명 지키기 위해 하나 되자"경찰, 만약의 충돌에 대비해 기동대 20개 중대 배치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검은 차량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검은 차량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10시3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형사)으로 들어섰다. 이 대표는 이날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오전 8시 반쯤 입원 중이던 서울 녹색병원에서 출발했다.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 10여 명은 한 줄로 도열해 녹색병원 앞에서 이 대표를 배웅했다. 이 대표는 오른손잡이인데,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은 탓에 왼손으로 한 명씩 악수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잠시 이 대표의 몸이 휘청거렸고, 고민정 의원은 울먹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대표는 멀리 보이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든 뒤 검은색 승합차량에 올랐다. 한 지지자는 "대표님, 힘내십시오.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소리쳤다.

    법원 앞에서 내린 이 대표는 직접 검은 우산을 들었다. 머리 색깔이 달라졌을 뿐 얼굴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 대표는 단식 24일째인 지난 23일 중단했다. 

    이 대표의 오른손에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단식 14일째이던 지난 13일 국회에서 민주당 대표실로 이동하면서 왼손으로 지팡이를 짚기도 했다. 이 대표는 "소년공 시절 프레스에 눌린 사고로 왼팔에 장애를 입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수많은 기자들이 영장심사와 관련해 질문했지만 이 대표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없이 걸음에 몰두했다.

    비가 내리는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로에서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개딸)과 우파 단체가 대치했다. 양측은 오전 9시 전부터 도로 위·아래 쪽에 각각 천막을 치고 구호를 외치며 기싸움을 벌였다.

    파란 천막을 친 개딸 세력은 파란 옷을 입고 '국민의 항쟁이다' '이재명과 함께한다' 등 이 대표를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이들은 "극우세력에 맞서고 이재명을 지키기 위해 하나가 돼 집결하자"고 외쳤다.

    서울중앙지법 정문 인근에서는 지지자 50명가량이 '청렴하다 이재명' '결백하다 이재명'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를 열었다. 주최측의 차량에 달린 스크린에는 '우리가 이재명이다' '이재명은 죄가 없다' '구속영장 기각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재강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온 국민이 고통받는다고 예언했는데 현실이 됐다"면서 "검찰세력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끊어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직할 당시 함께 일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등장했다.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이심송심'(李心宋心·이재명의 마음이 곧 송영길의 마음)으로 불리기도 한다.  

    송 전 대표는 법원 앞 집회무대에 올라 "영장담당 판사가 정말 신중하게 판단해줄 것을 간절하게 호소한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인데 야당 대표가 어떻게 도망을 가겠습니까"라고 강조했다. "증거인멸을 갖고 검사들이 이 대표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도 전망했다. 

    일부 개딸들은 다소 격앙된 모습이었다. '김건희를 특검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이 대표 지지자는 "윤석열은 카르텔이라고 X부리는데 그건 윤석열과 검찰, 그리고 기득권의 카르텔"이라며 이 대표 영장심사와는 동떨어진 정치적 주장을 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26일 법원로 옆길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임준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26일 법원로 옆길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임준환 기자
    우파 단체는 빨간 천막을 쳤다. 이들은 앞·뒤로 '이재명 구속하라' '윤석열 지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이재명 구속, 싹 다 구속"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근처 가로수에는 '대장동 수괴 이재명을 구속하라' '이재명 구속으로 조용히 살고 싶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20개 중대를 법원 인근에 배치했다. 기동대 규모는 약 1600명으로 알려졌다. 또한 개딸 세력과 우파 단체가 충돌할 것을 우려해 양측 사이에 수십 명의 인력을 세워 놓기도 했다.

    9시30분이 지나자 개딸 세력과 우파 단체 인원이 모두 늘어났다. 각각 양측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마이크를 켰다. 마이크를 잡은 이들은 더욱 큰 목소리로 외침을 이어나갔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오전 9시30분을 기준으로 개딸 세력은 약 200여 명, 보수 단체는 약 100여 명 정도의 인원이 집결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검찰과 이 대표 측은 혐의 소명과 구속 필요성을 놓고 법리공방을 벌인다. 이 대표 역시 직접 판사의 질문에 답변하며 구속영장을 기각해 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다음날 오전 결정된다. 이 대표는 심사를 마친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