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3선 이상 중진 74명 중 55명 '동일지역 3선 연임'여야 정치 신인들,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제한" 요구중진들 "현대판 고려장… 정치 신인들 자생력 떨어져"
  • ▲ 국회. ⓒ뉴데일리
    ▲ 국회. ⓒ뉴데일리
    여야가 내년 총선을 200여일 앞두고 공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주요 선거 때마다 거론되는 '세대교체론'이 적용될 지도 관심사다. 

    정치 신인들은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제한'을 통한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주요 정당들은 이러한 요구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국회의원 18%, 동일 지역 3선 연임 

    21대 국회의원 중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총 74명이다. 전체 의원(298명)의 24%에 해당한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선으로 최다선이다. 이어 5선 12명, 4선 20명, 3선 41명이다. 민주당 의원이 39명, 국민의힘 의원이 31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이다.

    이들 중 이번 국회에서 동일 지역구 또는 유사 지역구에서 3선 연임을 한 의원은 총 55명이다. 국회의원 정원 기준 18%, 중진 의원의 74%다. 기존 지역구가 합·분구 등으로 조정된 경우도 포함된 숫자다. 민주당 31명, 국민의힘 20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이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의 경우 서울 관악구갑에서 3번(17·19·21대) 당선됐지만 3번 연속 연임하지는 않았다. 부산 사상구가 지역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18·20·21대)도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정청래 민주당 의원(서울 마포구을, 17·19·21대),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경남 밀양시 창녕군, 18·19·21대)이 같은 지역구에서 3번 당선됐지만 연속으로 연임하지는 않았다.

    다른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중진 의원도 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서울 중구·성동구갑에서 19대 때부터 내리 3선을 했지만, 내년 총선에서 '험지'인 서울 서초구을 출마를 노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홍 의원은 "서초·강남에서 의미 있는 지지율을 회복하지 않으면 큰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겠다는 고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갑에서만 4선(17·19·20·21대)을 지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노리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정치 신인들, '세대 교체' 주장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제한'은 주로 기성 정치(인)에 반감을 가진 정치 신인들이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 초선 의원이나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원외 조직 인사들이다. 이들은 중진 의원들을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세대교체 필요성을 역설한다. 다음 세대에 자리를 양보하라는 요구다.

    가장 최근에는 전용기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가 지난 4월 공개적으로 당에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제한'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온갖 구설에 올랐다가 지난 8월 해체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이러한 혁신안을 다시 띄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당시 적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불편한 내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출마 금지'에 대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는 '위헌요소가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며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이 정한 참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에서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세대교체 요구가 나온다. 손수조 전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들은 지난 4월 기자회견을 열어 당헌·당규에 국회의원의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제한을 반영하는 내용의 국회 입법을 촉구했다. 

    3선 중진인 조해진 의원은 지난해 6월 한 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 동일 지역의 3선 이상 연임 금지는 오래 전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며 "국회의원을 실제로 해보니까 한 지역에서 세 번 정도 하고 나면 본인이 가진 비전과 어젠다와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다 고갈된다"고 밝혔다. 

    여론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8월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3선 이상 현직 국회의원의 동일 선거구 내 출마를 제한하거나, 경선과정에서 50% 정도의 감점을 적용해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논의에 대해 65.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21.3%였다. 

    여야, 제도화에 '미적지근'

    그런데 정작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제도화를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2월 동일 지역구에서 3선 연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당 차원에서 따로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몇몇 말씀하시는 분들은 있지만 공론화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기계적으로 선수(選數)에 따라 출마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역차별이라는 불만이다. 도리어 기성 정치인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치 신인들을 향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도권 지역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현대판 고려장"이라며 "시장·군수·도지사 등은 인사권과 인허가권이 있기 때문에 3선 연임 제한을 뒀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국회의원 연임을 제한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30~40대 초반의 정치인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성공한 예가 드물다"며 "정치가 불안정하고 스타 의식을 갖거나 소영웅주의에 빠진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또다른 중진의원은 "문제는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제한을 주장하는 이들이 이해관계자들"이라며 "정치 신인들이 억지 주장을 하면 자생력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문제가 있다"며 "유권자 선택에 맡겨야 한다. 유권자들이 후보자가 마음에 안 들면 안 뽑는 거다. 정당이 나서서 다선 의원 출마를 제한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